환경일보(발행인 이미화)가 자신들을 사칭하는 사이비 기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일보는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2면에 “사이비 기자 주의”라는 경고성 알림을 싣고 있다. 이 신문은 알림에서 “환경일보를 사칭해 사기·협박 등 불건전 활동을 하는 사이비 기자들이 있다”며 “사이비 기자 발견 즉시 각 지역 경찰 및 검찰에 신고하거나 환경일보 본사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환경일보는 일주일에 3일 발행하는 특수일간지로 서울 본사와 전국 30여곳의 지역지사가 있는 환경 전문지로 1993년 창간해 올해 26주년을 맞았다. 

▲ 환경일보 29일자 2면 '사이비 기자 주의'. 환경일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면에 항상 이 알림을 싣는다.
▲ 환경일보 29일자 2면 '사이비 기자 주의'. 환경일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면에 항상 이 알림을 싣는다.

 

환경일보가 이 알림을 신문지면에 낸 지 1년이 넘었다.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환경규정을 어긴 사업장을 찾아 신문구독·광고·금품요구 등을 하는 기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환경일보를 사칭하거나, 현장에서 환경일보 기자로 오해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창우 환경일보 부국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방에 언론사 중 우리 환경일보와 이름이 비슷한 곳이 많은데 재작년·작년에 환경일보를 사칭한 이들이 건설현장에 가서 신문을 강매하는 등의 행위를 해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며 “인터넷 홈페이지엔 과거에 (경고성 알림) 팝업을 띄웠었고, 지금은 지면에 고정으로 싣는다”고 말했다. 

▲ 환경일보.
▲ 환경일보.

 

꾸준히 알림을 실은 결과 최근엔 신고가 감소한 편이라고 했다. 이 부국장은 “아무래도 지방에서 심한데 1년 넘게 싣다 보니 최근 연락이 줄었지만 (환경일보) 각 지역 지사에 들어보면 아직 환경기자라며 그런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환경일보가 대표 환경전문지라서 다른 매체 기자가 신문을 강매하거나 광고 등을 요구했는데 환경일보로 오인해서 환경일보 본사에 항의 내지 확인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부국장은 “지역에 무슨 환경일보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전화가 왔는데 확인해보면 우리 기자가 아닌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네이버 지식인에도 10여년 지난 글이지만 환경일보를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는 일부 기자들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질문과 답변들인데 규정 위반을 빌미로 신문 구독을 요구해 환경 관련 신문을 6개나 구매한다는 하소연을 담은 글도 있다. 

이 부국장은 “과거 환경기자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회사에서도 부단히 지역지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이나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기자들이 신문구독·광고 등을 요구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박수택 전 SBS 환경전문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사할 때 물을 안 뿌리거나, 비계 설치 안하고 안전모 쓰지 않는 행위 등 환경, 환경과 연결된 노동 분야는 당장 위법·불법행위가 눈에 드러난다”며 “법을 들이대고 보도하겠다, 신고하겠다고 하면 (현장에선) 보통 기자 입막음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관련 업체들, 폐기물 업체, 건설현장에 압박을 넣어 명함주고 나중에 전화 걸어서 ‘광고 내시죠’, ‘행사하는데 협찬하시죠’하는 신문들이 많았다”며 “환경을 내세운 신문 뿐 아니라 지역지들도 이런 행태들을 했는데 이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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