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조국 힘내세요” 등 여권 지지자들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만들기에 반발해 실검 규제법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자들이 “내가 황교안이다” 실검을 만들면서 한국당 법안이 지지자들을 겨냥하는 셈이 됐다.

29일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과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간사 협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실시간 검색어 조작 방지’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를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한국당 의원들은 실검 규제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송희경 의원은 여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실검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대출 의원은 포털 등 사업자가 특정 단어 등의 실검 만들기를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조국 전 장관 국면에서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조국 힘내세요” “나경원 자녀의혹” “황교안 자녀 장관상” 등 실시간 검색어를 만들자 자유한국당은 네이버에 항의방문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항의방문 때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직적 움직임을 방치하는 건 맞지 않다”며 “국회는 실검 조작방지 입법을 해야 한다. 실검 폐지도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적 이슈 실검 만들기에 “여론을 조직적으로 조작해 민주주의 파괴한 행위”(정용기 의원) “특정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처럼 만들어 헌법 가치 위반”(박성중 의원) 등 비판도 잇따랏다.

그러나 한국당의 법안 심사 촉구 직전 한국당 지지자들은 황교안 대표 단식 응원을 위해 ‘내가 황교안이다’ 키워드를 실검으로 만들었다. 25일 오후 네이버 실검 추이를 보면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내가 황교안이다’ 키워드는 2위까지 올랐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지지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순위 올리기를 독려했다. 한국당 주장대로라면 한국당 지지자들의 실검 만들기도 위법적 행위가 된다.

▲ 11월25일 '내가 황교안이다' 키워드 실검 추이.
▲ 11월25일 '내가 황교안이다' 키워드 실검 추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든 ‘실검’까지 규제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한국당 항의방문 당시 “매크로가 아닌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키워드는 (조작이 아닌) 개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슈를 말씀하셔서 그렇지만 마케팅이나 팬클럽 등 카테고리별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 생일 때 팬들이 실검을 만드는 게 정치인을 응원하는 실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2014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순위 올리기를 시도한 검색어에 노출 제외기준을 적용하면 여론 환기 등의 목적을 띤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시사·사회성 집단 행동이라는 세부기준을 사용해 노출제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해서 특정 실검을 금지하거나 차단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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