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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위력 성추행 혐의 무용수, 징역 3년 구형
제자 위력 성추행 혐의 무용수, 징역 3년 구형
검찰, 보호관찰 5년 및 취업제한 10년 명령도 청구… 피고인 “강제로 행한 적 결코 없어”

자신이 지도한 여성 무용 전공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유명 현대무용 안무가가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안무가 류아무개씨(49)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사건 공판을 열고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을 신문한 뒤 재판을 종결했다. 류씨가 기소된 지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날 류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이수 명령 및 류씨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도 재판부에 청구했다. 검찰은 또 류씨에게 10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하고 5년의 보호관찰명령 처분도 내려달라고 밝혔다.

▲6월17일 KBS 9뉴스 “선생님 말대로 해야 상 받는거야” 제자 성추행 ‘무용계 큰손’ 갈무리.
▲6월17일 KBS 9뉴스 “선생님 말대로 해야 상 받는거야” 제자 성추행 ‘무용계 큰손’ 갈무리.

류씨는 재판 진행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류씨는 최후 변론에서 “제가 뭐라 할 말이 없다. 차마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죄송하고 신뢰를 져버린 점에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추행한 적은 없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바란다”고 밝혔다. 

류씨 변호인단은 “사건의 맥락과 기억의 불확실성을 고려해달라”며 재판부에 청했다. 변호인은 “‘누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느 맥락에서 (사건이) 이뤄지는지 내러티브가 있고, 이것이 빠지면 진실도 달라진다”며 “(이 재판에선) 행위에 대한 평가 문제가 중요하다. 맥락을 고려해달라”고 변론했다. 행위는 있었으나 사건은 피해자 동의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류씨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4년 전에 이뤄진 사건이 현재의 기억을 바탕으로 진술된 것”이라며 “사람의 인지·기억 능력은 불완전한 점을 감안해달라”고도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어 “피고인이 기혼자고 피해자가 20살 넘게 어린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잘못을 형법으로 다루진 않는다. 모든 신체 접촉이 추행인 것도 아니“라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피해자보다 26살이나 많은 스승인데 그런 말을 듣기 전에 그런 행동을 해선 안되는 거였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수년 간 겪었다. 무용계에 나쁜 소문이 날 것이 두려워 상담소에만 말하다 결국 신고까지 가게 된 게 사건의 내용이다. 가장 중한 벌을 내주시길 간곡히 청한다“고 주장했다. 

구형 전엔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2014년부터 1여년 간 류씨의 댄스컴퍼니에서 활동한 무용수 윤아무개씨는 피해자가 ‘바라기’란 별칭이 어울릴 만큼 류씨를 스승으로 따랐고 사건이 벌어졌던 2015년 4~5월에 피해자 태도나 피해자와 류씨 간 관계에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류씨가 2015년 4~5월께 피해자를 네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며 지난 5월14일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류 대표가 처음엔 강제로 A씨 신체 추행 등을 했고 이후 강제로 탈의하거나 강압으로 성관계까지 시도했다고 봤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추행 도중) 울면서 죽을 힘을 다 짜내 그만 좀 하시면 안되느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 피고인은 못 들은 척 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피해자가 류씨의 댄스컴퍼니의 한 무용수에게 사건을 털어놓자 멈췄다. 피해자는 무용을 포기할 수 없어 사건 후에도 일정 기간 류씨로부터 무용을 배웠으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해지면서 그를 피해다녔다.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withyou 관련 사진.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withyou 관련 사진.

사건이 무용계에 알려지면서 무용인들의 모임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은 피해자를 지지하는 ‘위드유(#withyou)’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방청인단을 모집해 매 공판 참석했고 문화예술인들의 탄원서를 모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10월14일엔 문화예술인 263명의 탄원서를, 지난 26일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스승에 대한 동경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문화예술인 618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오롯은 문화예술계, 특히 무용계의 사제 간 강력한 위계질서를 재판부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드유 연대는 ”향후 재판 결과가 무용계의 권력형 성폭력을 바라보는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모쪼록 입시와 콩쿨, 이후의 공연 활동까지 층층이 얽혀있는 무용계 위계 관계로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탄원했다. 

류씨는 2001년 현대무용진흥회의 최고무용가상, 2013년 한국춤비평가상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현대무용협회 및 현대무용진흥회 이사를 지내는 등 무용계 내 권위자로 알려졌다. 류씨의 배우자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로 현대무용진흥회 이사 및 각종 콩쿨 심사위원 등을 역임해왔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06호에서 선고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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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훈 2019-11-29 16:30:20
피해자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추행한 적은 없다는 건 서로 좋아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고
그런데 얼마나 좋았으면 울면서 죽을 힘을 다 짜내 그만 좀 하시면 안되느냐고 물은 적도 있었을까?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 받는 놈들의 전형적인 변태 논리네.

바람 2019-11-28 18:43:01
나는 어렸을 적 트라우마를 지금까지 잊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