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YTN 앵커가 보도국장 임명 동의 투표가 부결된 후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론에 불이 붙으면 전화위복이지만 혁신 후퇴로 이어지면 설상가상이 되는 경계선에 YTN이 있다”며 YTN 방향성을 찾는 공론장 마련을 촉구했다.

노 앵커는 지난 26일 밤 사내게시판에 ‘혼란과 위기, 함께 이겨나갑시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노 앵커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를 식히는 데 집중하려는 제게도 ‘혼란스럽다, 위기다’ 이런 말들이 들려온다. 혼란스러움과 위기감을 느끼는 분들께 제 부족함에 대해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운을 뗐다.

▲YTN 자료사진. 사진=노컷뉴스
▲YTN 자료사진. 사진=노컷뉴스

노 앵커는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이제부터 철저하게 냉정해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171 대 176’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찾는 것이 출발이고 사실상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1 대 176’은 임명 동의 표 수(171표)와 반대 표 수(176표)를 뜻한다.

노 앵커는 반대 투표의 의중을 두고 “변화와 혁신 자체에 대한 거부감부터 제가 제시한 혁신 방안에 대한 우려, 여기에 더해 노종면 개인에 대한 불신, 어쩌면 지난 1년에 대한 평가까지 다양한 입장들이 담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76을 ‘혁신 거부’로 단순화할 수 없다. ‘혁신 거부’가 아니라고 해석해야 다음 수순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를 의심하고 험담하는 행동을 철저히 배격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혁신 거부’ 세력을 실체보다 더 키우거나 동료를 의심하고 험담해서 등 돌리게 해서는 안 되며, 의심과 험담 대신 치열한 평가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앵커는 내부 구성원의 위기의식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대안을 찾는 공론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도혁신안이 추진된) ‘지난 1년’ 그리고 상대적으로 책임이 큰 이들도 평가와 토론의 마당에 세워질 것”이라며 “공론장에서 논거 대 논거로, 근거 대 근거로 치열한 평가와 토론이 이뤄진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혹독해도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혁신 거부 세력이 험담으로 내부를 이간질한 사례가 드러나는 일종의 덤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노 앵커는 노조(언론노조 YTN지부)가 제안한 사장과 구성원들 간 직접 대화 방식엔 반대했다. 그는 “구체적인 평가와 토론, 대안 모색으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 ‘1:다중’의 대화 방식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보도국장 지명 전에는 내부의 의견 조율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터라 혼란을 가중할 수 있고, 반대로 일사불란한 의견이 제시된다면 ‘이벤트’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도국장 임명동의안 부결 후 YTN에선 회사 방향성을 두고 공론을 모으자는 제안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YTN지부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 “위기감의 공론화가 우선”이라며 “노조는 사장과 보도국 구성원이 직접 만나는 대화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길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YTN지부는 사내 일각에서 확대되는 냉소에 우려를 표했다. 지부는 “(YTN 정상화 후) 분출하는 변화의 염원을 충족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고 ‘달라진 게 무어냐’는 자조에 ‘달라질 게 없겠지’란 조소가 더해졌다”며 노조도 누적된 불만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YTN지부는 “혹독한 반성과 철저한 공감만이 시행착오와 동상이몽을 줄일 수 있다”며 “얼음장 같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여 막다른 동토에 길을 내고 싶다. 훗날의 우리가 오늘의 우리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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