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측에 2020년 4월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느냐며 반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저녁 서면브리핑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또한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제의 나 원내대표 발언은 이날 오후 YTN 보도로 알려졌다. YTN은 오후 4시46분경 내보낸 ‘[단독] 나경원 “美에 내년 총선 前 북미회담 말아달라 요청”’에서 “나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지난 20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나라 총선이 있는 내년 4월 전후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같은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농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같은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농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27일 오후 방송된 YTN 단독보도. 사진=YTN 뉴스영상갈무리
▲27일 오후 방송된 YTN 단독보도. 사진=YTN 뉴스영상갈무리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어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자유한국당도 환영한다”면서도 2018년 지방 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폴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외교안보를 포함해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번 3차 미북회담마저 또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런 이유로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그러한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전했다.

고민정 대변인의 비판이 나오자 곧장 자유한국당도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야말로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주민 강제 북송과 연평도 포격 9주기 해안포 발사를 하는 북한에 한마디로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은 비핵화와는 무관한 시간 끌기용 이벤트, 총선용 가짜 평화쇼를 경계하였을 뿐”이라며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문제 제기이며, 수많은 국민들과 미국 내 정치인들도 함께 내는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한 우려를 표명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국적’마저 운운하는 청와대는 대한민국 청와대가 맞는가”라며 “정부를 비판하면 이적, 매국, 친일로 몰아가는 그 못된 버릇을 끊지 못한 청와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6월17일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6월17일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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