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 정형일 MBC 보도본부장,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이 11월 중순 무렵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만남의 목적은 청와대의 언론 소통 일환이라고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집권 후반기 청와대와 지상파3사 보도 책임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도치 않게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대화 내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일부 참석자는 이날 자리에서 지상파3사 중 한 곳을 가리켜 보도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타 방송사의 특정 보도에 대해서는 비판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압박성 발언은 아니었고,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 국정운영 방향 및 구상,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과 최근 언론 보도와 저널리즘 문제 등을 가볍게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통상 정부 측 인사와 보도 책임자의 만남으로 추정할 수 있는 청탁 혹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상파3사 보도본부장 모두 불편하게 느꼈을 수 있었던 자리였지만 각자 할 말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면서 청와대의 소통 기조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면 이런 만남도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도한 수석 부임 이후 보지 못했다가 시간을 맞춰 만난 것이다. 상견례 비슷한 자리였다”면서 “노영민 실장도 처음 봤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보도에 대한 평가는 기억에 없고, 노영민 비서실장의 중국 대사 당시 경험과 청와대에서의 소회 등의 얘기를 주고 받았다며 “의미없는 대화여서 회사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민감할 게 없었다. 안가에서 만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 청와대. ⓒ 연합뉴스
▲ 청와대. ⓒ 연합뉴스
▲ 지상파 3사.
▲ 지상파 3사.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통화에서 “그냥 밥 먹는 자리였다. 보도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 만남을 설명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몇 달 전부터 그쪽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있었고 처음으로 만났을 뿐”이라고 전했으며 보도와 관련한 평가가 있었다는 일부 증언에 대해서는 “3사가 다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왜 하겠나”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약속했다.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실제 방송사 간부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또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언론 탄압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 개입으로 비칠만한 행위에 대해 청와대가 살얼음판을 밟듯이 조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만남을 두고 집권 후반기 및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지상파3사 보도 책임자와 유연한 관계 설정에 나서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날 만남에선 지상파3사의 숙원과제 중 하나인 ‘중간광고 도입’도 짧게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윤도한 수석은 “특별히 얘기한 것이 아니다. 그날 논의대상이 아니었다. 그것 때문이었다면 안 만났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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