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연일 걱정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 “본회의 오른 선거법 강제 변경, 역사에 죄짓지 말라”에서 이날 선거법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사실을 전하며 “한국당 황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 처리 움직임에 맞서 일주일째 단식 농성중이다. 현재 황 대표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사람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황 대표를 걱정했다. 

이 신문은 선거법 협상이 선거라는 경기 규칙을 정하는 일이니 제1야당을 배제할 수 없다며 “4당 합의안은 한국당에만 불리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제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당 대표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막아설 수밖에 없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에서 한국당 등 거대 수구·보수 정당이 득표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는 칼럼에서도 황 대표의 단식을 걱정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한국의 보수 정치가 정녕 되살아나려면”에서 “체력 소모가 큰 겨울철 단식에 건강이 위태롭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천막에 누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보수정치가 처한 위기를 가감 없이 표상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칼럼에서 “지리멸렬한 보수 정치 세력 탓에 헤아릴 수 없는 인사 참사와 정책 실패에도 집권 진보 세력이 일방적으로 질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당을 재건해 집권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어 “일부 몰지각한 인사의 조롱과 무관하게, 대다수 국민은 황 대표의 고통스러운 단식을 걱정하면서 거기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고도 했다. 

황 대표 단식에 의미부여는 계속됐다. 윤 교수는 “황 대표의 단식이 부패한 보수 정치 세력의 과오를 대속하고 그 토대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때 그의 단식 정치는 진정한 빛을 발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황교안 대표가 고통스러운 단식을 끝내고 일어날 때, 빈사 상태의 보수 정치도 함께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칼럼에서 보수주의를 설명했다. 그는 “보수주의는 ‘큰 국민’을 바라보는 통합과 포용의 정치”라며 “보수주의는 국민 분열에 편승해 자신의 지지층에 호응하면서 나머지 집단을 배제하는 파당 정치, 국가와 사회의 이익에 앞서 권력 장악에 몰두하는 진영의 정치를 지양한다. 극단적 표현과 혐오스러운 막말이 난무하는 대립과 분열의 정치를 배격한다”고 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한국당은 보수로 볼 수 없다. 윤 교수도 이를 인정하면서도 황 대표를 응원했다. 윤 교수는 “몇 개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결사적으로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는 행위에 앞서, 그 본연의 가치(보수주의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그 때 국정운영능력을 상실한 채 뭉개고 우기는 집권 세력에 분노하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기치 아래 인재들이 모일 것”이라며 “한국의 보수정치가 되살아날 길은 이 길뿐”이라고 덧붙였다. 

▲ 27일자 조선일보 38면. 윤석민 서울대 교수 칼럼.
▲ 27일자 조선일보 38면. 윤석민 서울대 교수 칼럼.

조선일보는 지난 26일에도 황 대표 건강을 걱정했다. 온라인 기사 ‘황교안 단식 일주일째…“고령자 열흘 이상 단식 생명위협 가능...우울증 올 수도”’에서 “황 대표는 일주일 간 추워 속에서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 체력이 저하되면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불면증 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가정의학과 교수를 인터뷰해 단식하면 나타나는 몸의 증상과 60이 넘은 황 대표 나이 등을 강조했다. 

이날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그의 단식은 국민의 염원과 결의를 강하게 집결하고 있다”며 “날인 거듭될수록 안타깝고 근심스러운데 더욱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찬 바람이 가혹하게 몰아치는 밤에는 비장한 심경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황 대표를 응원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황 대표 단식을 비판했다. 27일 동아일보는 황 대표 단식 현장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단식 전까지 제기됐던 황 대표의 당 운영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일단 사그라들고 있다”면서 “물론 위기 때마다 삭발, 단식 등 극단적 카드로만 돌파하는 리더십으론 총선까지 장기전을 치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포스트 조국’ 전략이 없었듯 ‘포스트 단식’에 대비한 큰 틀의 전략이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는 당 관계자의 말을 전한 뒤 “언젠가 단식 정국이 끝나면 보수통합과 인적쇄신, 리더십에 대한 공세 등 기존 당내 문제들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황교안식 즉흥 정치’라고 표현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을 풀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을 풀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방식은 답이 아니란 뜻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여야, ‘선거법-공수처법’ 협상 나서고 黃 대표 단식 풀라”에서 “선거라는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만큼은 여야가 합의 처리해온 관계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한국당에게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가 선거법 등을 4당이 ‘강제처리’한다며 패스트트랙 자체를 무산하려한 것과 다른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여당 내부에서 지역구 의석을 250석 안팎으로 상향하는 절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이 정도면 현재 지역구 의석(253석)과 큰 차이가 없어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속처리안건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여당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여야가 서로 한 발씩 물러서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대표도 단식을 풀어 본격적인 협상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 27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인 가운데 여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 27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인 가운데 여야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단식을 멈추고 협상에 나서라는 목소리는 더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여야 선거법에서 증명해보라”에서 “지금은 단식할 때가 아니라 협상에 나설 시간”이라며 “누가 마지막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했는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같은날 사설 “선거법 부의, 여야 진정성 갖고 협상 나설 때다”에서 “진정성 있는 협상을 위해선 황 대표가 단식농성을 끝내는 게 순리”라며 “그래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역시 이날 사설 “선거법 개정안 처리 수순…단식 정치로는 국회법 못 막는다”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막자고 짜낸 지혜가 패스트트랙이다. 그것을 막겠다며 대안적 협상마저 차단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라며 “황 대표가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자유·민주 운운하는 단식보다 정치개혁 대의에 걸맞은 책임있는 결단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다음은 2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514조 예산안…또 ‘밀실·깜깜이·졸속’”
국민일보 “‘연말 시한’ 쫓기는데 살얼음판 ‘3대 이슈’”
동아일보 “국민연금 개편 무산 골든타임 2년 허송”
서울신문 “이춘재 자백한 그날 형은 억장 무너졌다”
세계일보 “아시아는 상생 공동체…한반도 비핵화지지”
조선일보 “선거前 울산시장 수사는 ‘靑의 하명’”
중앙일보 ‘“한남 3구역 입찰 무효” 충격 빠진 재개발시장’
한겨레 “헌법불합치 21개 법률 개정않고 방치 ‘직무유기’ 국회”
한국일보 “유재수, 없는 자리 만들어 동생 ‘낙하산’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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