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고 소중한 매체.”

이병한 오마이뉴스 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이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마이뉴스’를 두고 자주 언급한 수식어다. 그는 지난 18일 임명동의 찬반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어 게릴라본부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언론사 편집국 개혁을 두고 KBS와 YTN 등이 ‘출입처 폐지’와 같은 방안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이 본부장이 ‘작은 조직’을 강조하는 이유는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의 개혁 방안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KBS 등이 ‘출입국 폐지’를 언급하며 화제가 됐을 때 ‘오마이뉴스는 출입처 폐지 안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출입처 폐지’를 말하는 언론사 대부분은 조직 규모가 크다. 각 출입처마다 기자단이 형성돼 있고, 출입처와 결합이 강한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그런 상황과 다르다. 편집국 개혁 방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본부장은 언론 개혁 요구가 전 국민적으로 분출한 1990년대 후반 ‘안티조선운동’ 흐름과 현재 흐름을 비교하며 지금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안티조선운동은 언론의 특정 정치적 견해에 ‘편향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이후 비판받는 일명 ‘기레기’ 현상은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취재 시작부터 과정, 보도 자체, 보도 이후 등 전 방위적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정매체 비판이 아니라 언론 영역에 전방위에 걸친 비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문제와도 다르다.”

▲이병한 오마이뉴스 게릴라본부장. 사진제공=오마이뉴스.
▲이병한 오마이뉴스 게릴라본부장. 사진제공=오마이뉴스.

그는 “‘언론 기레기’ 시대에 독자 신뢰를 누가 받을 수 있느냐, 누가 그 표준을 세울 수 있느냐가 생존 포인트”라며 “독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임무”라고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이 사람 참 신뢰가 간다’고 말할 때는 정직함을 넘어 그 사람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언론도 정직함을 넘어 능력이 뒷받침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매체가 거짓말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 사안을 제대로 취재할 능력이 있는지다. 오마이뉴스를 ‘작지만 강하고 이 사회에 소중한 매체’로 키우는 것, 이 포부에 신뢰를 얻어야 한다. 오마이뉴스에 주어진 편집국 개혁 방향이다.”

이 본부장은 “개별 멤버 역량을 향상시키고 조직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기자 실력’을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민감하게 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안 매체에 기반한 언론들은 많이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력이 있다면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민감하게 캐치해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편집국 개혁’의 첫 번째 의제가 ‘출입처 폐지’라면 두 번째는 편집국 내 젠더 문제다. KBS는 최초로 여성을 메인뉴스 앵커로 세웠다. 서울신문도 두 번째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한국여기자협회가 여성 보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27개 언론사에서 여성 임원은 3%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앵커·국장 변화에도 여성간부 비율은 바닥 수준]

이 본부장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젠더 문제에 둔감하지 않은 조직”이라며 “여성 편집국장이 있었고 현재 정치부장, 사회부장, 네트워크부장, 오마이스타부장 같은 주요 부서장 모두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 문화에서도 젠더 문제에 감수성이 예민한 기자들이 많다. 현 시대 화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겠다”고 답했다.

달라지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새 전략도 있는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포털에서 자립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콘텐츠 소비 방법에 있어서의 자립, 포털 수익으로부터 자립 모두 포함이다. 또 언론이 네이버 등 포털을 감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포털에 기사를 노출하는 언론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포털이 어뷰징에 패널티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전재료를 없애고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줄 경우 어뷰징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은 대형 언론사의 ‘어뷰징 아웃소싱’ 행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언론사들이 어뷰징을 내부에서 했지만, 거센 질타를 받자 인턴에게 어뷰징을 시키거나 온라인 뉴스팀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아웃소싱을 준다”며 “아웃소싱까지 해서 어뷰징을 하는데 네이버가 이를 제대로 파악해 패널티를 부과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축소된 ‘오마이TV’를 재건하는 것도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마이TV를 리부팅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대대적 투자를 할 만한 역량은 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을 정비하고 전통적으로 강한 생중계를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며 “기자들의 영상 감수성을 높여 다양한 ‘디지털 저널리스트’를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글로만 기사 쓰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주 전공이 글이라고 해도 부전공으로 영상이나 편집,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원고를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렇게 말하면 ‘그냥 기자한테 다 하라고 하는 거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시키거나 강요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텍스트 외 다양한 형식의 기사를 작성하고 싶은 기자에게 장비나 교육 등 충분한 지원을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2020년 오마이뉴스의 세가지 의제로 ‘오마이뉴스 20주년’, ‘총선’, ‘언론 개혁’을 꼽았다. 언론개혁 관련 아이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편집국장을 하면서 미디어 부문에서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의혹 보도와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였다. 개별 사건 성격은 다르지만 언론에 교훈을 준 사건이다. 예전에는 문제가 없던 보도도 이젠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기자생활이 쉽지 않아질 것이라 본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공적인 모범과 표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열려있는 자세’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른 관점과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고민하지 않으면 외면 받을 뿐 아니라 공격당할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