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MBC가 생중계한 ‘국민과의 대화’에 국민패널로 출연한 60대 김아무개씨는 중앙일보 기사에 크게 당황했고 분노했다. 중앙일보는 26일 오전 단독 꼭지를 달고 “‘국민과의 대화’ 文 어깨뒤 남성, 문팬 카페 ‘백두’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씨는 중앙일보가 지목한 “문 대통령 팬카페인 ‘문팬’의 핵심 멤버 김모씨”다. 중앙일보는 김씨 섭외를 의심하며 “패널 선정의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행사를 기획한 MBC 100분토론 제작진의 패널 선정과 화면 배치까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편향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19일 김씨는 카메라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추면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어깨걸이’ 위치에 앉았다. 중앙일보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1만5000여개(26일 오후 2시50분 기준)가 달릴 정도로 화제였다.

김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중앙일보가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그러나 보도하면서 내게 입장을 묻는 연락은 없었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실시간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그런데 틀린 정보가 많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김씨가 50대라고 했지만 실제 나이는 61세. 중앙일보는 김씨를 “(문 대통령 온라인팬클럽) ‘문팬’ 카페에서 ‘백두’란 닉네임으로 활동해왔다”고 했지만 ‘백두’는 그의 과거 회사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문팬에서 ‘백두’가 아닌 ‘두물머리’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기사를 보면 내가 ‘진성회원’이라고 써놨는데, 문팬에는 진성회원이 없다. 나를 매개로 MBC와 문재인 정부를 엮어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중국과 동남아시장 등에 화장품을 제조·수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민과의 대화’ 참여 이유도 한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어려워진 사업에 있었다. 

김씨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지 않다보니 면세점, 숙박업소, 음식점, 시장에서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다. 대통령님에게 그런 상황을 전하며 한중 관계와 일자리 문제를 질문 드리고 싶었다. 한중 관계를 사드 이전 관계로 복원시킬 생각이 있으신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 수요가 감소해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업체들을 대신해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것.

김씨는 “내가 문팬 회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MBC에 참여 신청 당시 문팬 회원이라거나 내 정치 성향 등을 일언반구 언급한 적 없다. 만약 내가 문팬이라고 밝혔다면 제작진은 날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는 26일 오전 단독 꼭지를 달고 “‘국민과의 대화’ 文 어깨뒤 남성, 문팬 카페 ‘백두’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백발의 남성이 중앙일보가 지목한 ‘문팬’ 김씨다. 김씨는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진=중앙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는 26일 오전 단독 꼭지를 달고 “‘국민과의 대화’ 文 어깨뒤 남성, 문팬 카페 ‘백두’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백발의 남성이 중앙일보가 지목한 ‘문팬’ 김씨다. 김씨는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진=중앙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중앙일보는 “원래 김씨의 자리는 대통령 근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MBC는 당일 리허설 과정에서 김씨를 대통령 ‘어깨걸이’에 배치했다. MBC 측은 패널 선정의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문 대통령의 열성 팬을 화면 가장 핵심 자리에 구성한 반면,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인사는 고루 포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씨는 “내 원래 자리는 생중계할 때 앉았던 바로 뒷자리라 자리를 바꾸지 않았어도 화면에 나왔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원래 자리도 문 대통령 근처였다는 것. 김씨는 “나는 자리 선정 관련 (현장 제작진으로부터) 백색 푯말을 받았는데 그 주변이 다 백색 푯말 자리였다. 그 자리는 방송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고 오래 앉아있어야 할 자리였다. 그렇다보니 제작진도 2시간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조금 나이가 있는 패널을 앉히려 했던 것 같다. 2시간 동안 방송에 나오니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도 움직이지 않아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주만 MBC 보도제작1부장도 통화에서 “문 대통령 뒷자리의 경우 큰 움직임 없이 2시간을 버텨야 하는 분들을 감안한 것이다. 이를 테면 어린 아이가 앉는 상황은 배제하고자 했다”며 “패널들 사연을 기준으로 섭외했을 뿐이다. 김씨가 문팬인지 전혀 몰랐다. 김씨는 중국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했는데, 경영이 어려워져 8명에서 1명으로 직원이 크게 줄었다는 사연을 보내온 분이다. 패널에 선정해도 좋을 사연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수언론은 ‘국민과의 대화’ 자리를 문재인 팬클럽 등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이 신청했을 거라는 사실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질문 채택이 되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분들도 많았다. 그 자리에 온 사람 모두 대통령 지지자들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이틀 동안 긴급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처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는 답은 55%로 가장 높았고, 24.1%는 기자회견 방식이, 12.5%는 1대1 대담 방식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25일 언론노조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대화를 기획한 것은 청와대 아이디어였다. 청와대는 시민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를 원했다”며 “여러 난점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잘 나갔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국민 패널 300명 개개인과 질문은 절박하고 절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 매체들은 이를 한가한 것으로 치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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