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정부가 세금으로 신문사에 광고를 집행할 근거법률이 없었다. 지난해 12월13일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정부기관의 광고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광고법 시행 약 1년이 지났지만 언론환경이 나아졌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광고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정부광고, 특정 매체에 편중 현상 해소 못해

법 시행 이전에는 국무총리 훈령,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세금을 집행했다. 제대로 된 법이 없어서였을까, 특정 언론사에 정부광고가 몰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017년 12월 ‘정부광고가 특정 매체에 쏠려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문체부에 지시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7월 발의한 정부광고법에선 당연히 특정 언론사에 정부광고가 몰리는 현상을 해결할 근거를 마련했다. 원안에는 5조(정부광고시행 심의위원회)에서 문체부 산하에 정부광고시행 심의위원회를 두고 정부광고의 매체별·지역별 배분 원칙 수립하기 위해 기준을 만들고 홍보매체 편중성 해소를 위해 조사한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했다. 

▲ 정부광고 관련 미디어오늘 기사
▲ 정부광고 관련 미디어오늘 기사

 

하지만 2016년 11월22일 346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문화체육관광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문체부에서 이를 반대했다. 정관주 당시 문체부 1차관은 “매체 선정시 형평성 고려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오히려 형평성 가이드라인에 대해 언론을 통제한다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광고주의 매체선택권, 매체사의 영업권 침해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중앙일간지 9개 정부광고 현황을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552억9000만원)·조선일보(493억8500만원)·중앙일보(488억4900만원)가 1~3위를 차지했다. 올해 자료를 포함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고용노동부는 동아-중앙-조선 순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 왼쪽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 왼쪽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수정된 현행 정부광고법 6조를 보면 정부기관 등의 의견을 우선해 홍보매체를 선정해야 한다. 법이 기존 관행을 보장한 꼴이다. 발행부수가 많기 때문에 편중된 게 아니란 반론도 있지만 기준이 투명하지 않고 발행부수 순으로 정부광고를 많이 받은 것도 아니다. 위원회를 두고 투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원안 취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개발원) 사례가 단적인 예다. 지난달 개발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에 ‘홍보협력사 선정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이를 보면 조선·동아·중앙 등 3대 일간지에 ‘전문가 기고문 또는 기획기사 게재’를 요청했다. 아직 개발원의 홍보를 도울 협력사를 선정하지 않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 세 매체로 세금이 갈 가능성이 크다. 

언론재단 광고대행 독점 심화 

정부광고법 제정배경에는 언론재단이 광고 대행을 독점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정부광고법에선 정부가 광고하기 위해선 문체부 장관에게 의뢰해 홍보매체를 선정하도록 했는데 이 법 시행령에서 언론재단에 업무를 위탁했다. 과거엔 10억원 미만 정부광고 대행을 중소 대행사에서 맡았지만 이제 언론재단에서 독점한다. 중앙에서 지방자치단체 광고까지 대행하자 지자체들은 자치분권 흐름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기준 정부광고는 7000억원이 넘으니 언론재단은 700억원 이상(10%)를 수수료로 받아간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영춘 민주당 의원은 “단순 통행세에 불과한데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난 7월 중소 광고대행사가 죽어가는데 그 원인이 언론재단 독점 때문이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월 한 광고회사에서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대행을 독점해 민간회사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은 각하되지 않고 본안심리에 올라간 상태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상파 광고를 독점 대행하는 ‘구 방송법시행령’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광고법 제정 취지 중 하나는 정부가 세금으로 신문지면을 구입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정부광고법 9조에서 정부광고 이외의 홍보매체를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어떠한 홍보형태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문체부 등이 해당 조항이 ‘홍보의 자율성을 막는다’고 반대해 “다만 홍보매체에 협찬받은 사실을 고지하거나 방송법에 따른 협찬고지를 한 경우 그렇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사형 광고’를 처벌하는 과태료 조항이 원안에 있었지만 이를 삭제했다. 사실상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획기사를 구매하게 됐고 신문사가 돈 받은 사실을 표시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신문경영진 등의 이해를 반영하려고 협찬고지를 단서로 달면서 세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지적한 대로 정부가 신문지면을 구매하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지 못한 것, 둘째 협찬고지가 정부광고에 포함하는지 범위가 모호한 것, 셋째 언론재단에 방송사 협찬까지 대행할 근거를 마련해 독점을 심화한 것 등이다.  

정부광고법 2조에선 ‘정부광고’를 “정부가 하는 모든 유료 고지행위”로 정의했다. 법제처는 이 조항을 근거로 협찬이 정부광고에 속한다고 해석했다. 헌재 또한 협찬이 광고에 포함된다고 결정했고, 언론재단도 이 입장이다. 하지만 같은 법 9조에선 협찬을 정부광고의 예외로 보고 있다. 모순이다. 

▲ 협찬까지 정부광고로 보고 언론재단이 이를 대행하면서 방송계에선 방송사 지원이 없고 제작비에도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사진=istockphoto
▲ 협찬까지 정부광고로 보고 언론재단이 이를 대행하면서 방송계에선 방송사 지원이 없고 제작비에도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등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사진=istockphoto

 

협찬을 정부광고의 일부로 보면, 언론재단은 협찬도 대행하게 된다. 이래저래 법과 시행령 시행 이후 독점이 심화했다. 방송 제작비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 홍보 용역업무를 맡으면 예산을 크게 제작비와 매체 송출료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작비가 10억원이고 송출료가 20억원이면 수수료를 2억원(송출료의 10%)만 가져가야 하지만 현행 법상 언론재단이 협찬금 전체인 30억원의 10%(3억원)를 가져간다. 제작비가 줄어든 만큼 프로그램 질이 떨어지고, 업계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언론재단이 방송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언론재단이 방송에도 수수료를 떼지만 정작 방송지원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협찬을 고지하면 신문지면이나 방송시간을 구매하는 걸 허용하는 9조 단서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광고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노 의원이 발의한 원안 취지를 살리자는 취지다. 올해 안에 이 개정안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총선 끝나고 내년 하반기에나 정부광고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 

언론환경을 개혁할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광고법이 누더기가 된 지 1년, 정부광고법 자체가 개혁 대상이 됐다. 

[관련기사 : 언론재단 ‘정부광고 수수료’에 불만 나오는 이유]
[관련기사 : 정부광고 많이 받은 신문사 ‘동아’ ‘조선’ ‘중앙’ 순]
[관련기사 : 문재인 정부 “보수 매체 편향 정부 광고 바로 잡아라”]

※ 참고문헌 
박형재, 정부광고법 9개월 중소업체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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