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신임 편집국장이 지난 14일 임명됐다.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구성원 투표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지역 관가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이번 부산일보 편집국장 투표는 유독 주목을 받았다.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유력한 두 명의 후보자가 ‘특수관계’였기 때문이다.

김진 편집국 부국장과 손영신 경제부장(부국장) 이야기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리고 밀양 상동중학교와 밀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서로 집을 오가며 친분을 쌓았다. 두 사람 인연은 대학으로도 이어졌다. 손영신 경제부장이 88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김진 부국장은 재수를 했다. 손 경제부장이 고향으로 데려온 88학번 동기들과 친구가 됐다. 다음해 김진 부국장은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두 사람이 택한 직장은 부산일보였다. 1994년 입사 동기가 됐다.

친구 사이에서 대학 선후배, 그리고 직장동료까지 둘의 남다른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진 부국장에겐 쌍둥이 누이가 있다. 밀양 상동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세 사람은 같은 학교를 다니며 가족처럼 지냈다. 손 부장은 김 부국장 누이와 결혼을 했다. 김진 부국장과 손영신 부장은 처남-매부가 됐다. 진짜 가족이 된 것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산다. 동도 같다. 504호와 704호다. 손 부장이 두 개 층을 내려오면 명절 인사가 되는 셈이다.

▲ 부산일보.
▲ 부산일보.

이렇게 인연을 맺은 세월만 37년인데 편집국장 자리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사투가 벌어진 것이다. 둘이 후보로 나오자 편집국이 술렁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이 상처를 입을 게 뻔하다’, ‘두 사람이 짜고 출마한 게 아니냐’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얘기까지 떠돌았다. 둘은 잠시 고민했지만 서로 부산일보 구성원으로부터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고 했다. 김진 부국장은 “청소년기 철학이나 세계관을 정립하며 서로 단단히 다져왔고 선거 과정에서 누구를 지지하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 둘의 관계로 봤을 때 전혀 생채기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과 3표차로 운명이 갈렸다. 두 사람이 받은 표는 전체 절반이 넘었다. 결과가 나오고 축하와 위로 전화가 오갔다. 그리고 목욕탕에서 만나 서로 표 분석을 하며 웃었다.

김진 신임 편집국장은 지역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과 개혁을 모색 중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출입처 제도다. 경남과 울산 지역을 맡고 있는 지역사회부를 없애고 사회부로 통합했다. 경찰을 출입하는 캡 제도를 폐지했다. 지면 신문 제작에도 변화를 줬다. 기획면, 사회면, 경제면 등으로 면을 나누는 게 아니라 뉴스 가치에 따라 비중 있는 보도를 1면부터 배치하는 원칙을 세웠다. 신문 제작은 콘텐츠센터가 맡고 디지털 콘텐츠를 전담하는 디지털센터를 신설했다. 이원화된 조직이다. 디지털센터엔 24시팀과 크리에이티브 팀, 영상팀, SNS 전담팀, 자체 인포그래픽 팀 등을 뒀다. 최근 젊은 기자 5명을 디지털센터에 배치했다.

김진 편집국장은 “쌀독이 넉넉해야 인심이 좋아진다. 기자들 취재 환경에 있어 회사 지원이 여유로워야지 잡음도 안 생기고 뉴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회사에서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경영 체질이 튼튼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신 경제부장은 전략기획본부 소속 기획사업단장이 됐다. 새로운 특집 기사를 기획하고 부산일보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부서다. 김진 편집국장은 “손 단장이 내년에 편집국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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