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4일 실시된 홍콩 지방선거(구의회)에서 452석 중 86% 이상을 범민주파가 차지했다. 홍콩시민들이 민주화 운동을 벌인지 6개월째에 진행된 이 선거에서 친중파 정당이 참패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시민의 승리’라고 평이 나온다. 대다수 언론이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시위대의 요구였던 행정장관 직선제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조선일보는 현재 제도상 중국이 행정장관을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선거를 이겼다고 해도 본질적 체제는 못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한국일보가 사설을 통해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의식을 높이 평가한 반면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가 본질적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관점의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 주요 언론은 26일 홍콩 선거 결과를 대부분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홍콩 관련 기사를 사진 기사로만 다뤘고 중앙일보는 1면에 홍콩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면에서 홍콩 선거 결과를 다뤘다. 다음은 26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기사 가운데 홍콩 선거를 다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홍콩 민심이 이겼다, 구의원 선거 ‘범민주파’ 압승”
국민일보 “홍콩 선거 범민주 압승 직선제 요구 거세질 듯”
동아일보 “388:60 홍콩선거 反中진영 압승”
서울신문 “홍콩 선거혁명, 범민주 의석 85%이상 싹쓸이”
세계일보 “폭발한 ‘反中정서’ 홍콩 선거 범민주 압승”
한겨레 “홍콩 선거혁명, 범민주진영 87% 휩쓸어”
한국일보 “홍콩 민심, 反中 택했다 범민주 의석 86% 석권”

▲26일 조선일보 1면 사진.
▲26일 조선일보 1면 사진.

현재 홍콩의 구의원은 친중파 진영이 327석, 범민주 진영이 118석으로 친중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가운데 86%를 웃도는 의석을 차지했다.

홍콩 선거결과가 온전하게 정리된 시점이 아닌 상태에서 한국 보도가 나와 각 지면마다 정확한 의석수의 차이가 있었다. 각 신문 1~2면 기준으로 경향신문은 “범민주 진영이 389석을 차지”했다고 썼고 국민일보는 347석, 동아일보는 388석, 서울신문 388석, 세계일보 347석, 조선일보 388석, 중앙일보 388석, 한겨레 392석, 한국일보 388석으로 보도했다.

▲26일 동아일보 1면.
▲26일 동아일보 1면.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70%가 넘으며 기록적 투표율을 자랑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유권자 294만여명의 참여 열기 속에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최고치인 71.23%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는 홍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선거 결과로 수시명의 시위대가 고립돼있는 이공대에 대한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한 민주화 시위대의 요구처럼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뽑자는 요구 목소리도 한층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민심을 겸허히 듣고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 등 그동안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며 시위를 주도하던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정치개혁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2면 기사에서 “범민주파의 압승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은 이번 선거에 그치지 않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 2022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보통선거) 등 정치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썼다.

▲26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경향신문 사설.

이번 홍콩 선거 결과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시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중국은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 요구 존중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로 ‘홍콩의 선거혁명, 민주·자치열망 지지한다’라고 썼다.한국일보도 ‘홍콩 민주 진영 지방선거 압승…中정부 의미 무겁게 새겨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반면 이번 선거가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쓴 언론사도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홍콩 선거 결과를 1면에는 사진으로만 다뤘다. 또한 2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서 구의회 몫은 10%뿐… 반중파 영향력 커지겠지만 체제 바꾸긴 힘들어”라는 기사를 실었다.

▲26일 조선일보 2면.
▲26일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번 선거가 홍콩의 체제 변화까지 이끌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간선제 구조 때문”이라며 “현행 선거제 아래서는 사실상 행정장관을 중국이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홍콩 야권은 홍콩의 자치 강화를 위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여러 정당과 무소속 인사들로 구성된 범민주파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며 “범민주파는 2003년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도 1당 자리를 비롯해 절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적이 있다. 2004년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파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후보 분열, 일부 후보의 스캔들로 범민주파는 입법회에서 3석을 늘리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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