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지부가 사장 직선제 선출 방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한겨레는 2020년 1월 새 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한겨레지부·지부장 길윤형)는 지난 20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에서 ‘지부장 편지’라는 코너를 만들어 ‘사장을 계속 선거로 뽑아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한겨레 사장 선출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먼저 길윤형 지부장은 조국 보도 사건부터 시작해 지난 3개월 동안 있었던 한겨레 일련의 사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길윤형 지부장은 ‘지부장 편지’에서 “9월6일 오전 9시 정각, 23기 이하 젊은 구성원들은 박용현 편집국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후 양상우 대표이사의 최대 역점사업이던 ‘한겨레 라이브’의 방향성을 문제 삼는 영상 부문 일부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달을 넘긴 10월엔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보도로 회사 안팎이 다시 한번 크게 들썩였다”고 썼다.

이어 길윤형 지부장은 노조가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편집국장은 조직개편의 실패를 끝내 인정하지 않은 채 위태로운 ‘미봉책’에 기대있고, 대표이사는 사내 비난 여론이 자신에게까지 튈라 비겁한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지부장은 편집국장과 대표이사가 이토록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내년 1월께 치러질 대표이사 선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소리’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한겨레가 한동안 유지해온 대표이사 선출제를 전체 구성원이 재고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한소리’는 “겨우 500명 남짓한 이 조직에서 언제까지 ‘누구는 양파, 누구는 어니언, 누구는 다마네기’하는 놀음을 계속해야 할까요.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합리적인 개혁을 하며,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창출 모형을 만들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라고 호소했다. 한겨레가 내부에서 양상우 사장파와 사장파가 아닌 사람들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

‘한소리’에 따르면 서형수 13대 대표이사는 2007년 10월18일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한 사장 선출방안을 당시 겸임조합(겸임조합장 김보협)에 제안했다. 그러자 겸임조합은 자체 설문조사를 벌여 찬성 39%, 반대 40%라는 아슬아슬한 결과를 만들어냈고, 1% 반대에 막혀 추천위 안을 폐기하고 대표이사 선출제가 살아남았다.
 
한겨레지부는 앞으로 사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계속 대표이사 선출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임기 내 새로운 리더십 창출 방안을 찾아 파벌주의를 일소할 계기를 만들 것인지 물을 예정이라고 노보에서 밝혔다.

길윤형 지부장은 노보에서 “한겨레는 아직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중이고, 우리를 안전한 목적지까지 인도해줄 북극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자문해야 봐야 한다. 우리 이대로 괜찮습니까. 3년마다 서로를 내리 누리고 헐뜯는 이 모습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까요”라고 글을 끝맺었다.

한겨레 소속 기자들은 “노보에 쓴 지부장의 글에 동의한다. 논의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면서도 “그런데 파벌 문제 자체는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문제라 사장 선출 방식으로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 소속 A기자는 “권한과 책임을 더 분명히 하고 회사에 더 도움이 되는 선출 방식을 찾아보자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직선을 안 하고 간선을 해서 해결할 문제인가. 우리 회사의 소유 지배구조 문제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사주 확보량을 늘려야 한다. 17%밖에 안 된다. 38%에서 17%까지 떨어졌다. 선거가 외부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내부에서만 선출해버리는 식으로 끝나면 성장해야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소속 B기자는 “선거제도가 파벌을 만들고 그게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공정하지 못한 보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다. 사장추천위가 구성되면 파벌 인사가 좀 해소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한겨레라는 민주주의적인 조직에서 저런 부분은 고질적인 한계인 것 같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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