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국회가 논의 중인 인터넷은행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 법안들을 각각 ‘재벌특혜법’과 ‘사생활침해법’으로 규정하며 “양 법안이 통과될 시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회 법사위원회 및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쓰레기법안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한도보다 많이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지난 21일 첫관문인 정무위 제1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양대노조는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할 때는 공공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법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KT를 대놓고 봐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심사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 어떤 공공의 목적과 합리성을 가지는가. 이런 방식의 법 개정은 결국 원칙을 무너뜨려 금융기관 전체의 신뢰와 도덕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며, 무엇보다 일개 재벌의 이익을 위해 법체계까지 뜯어고치는 최악의 선례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가명정보)해 당사자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 (산업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을 비롯한 이른바 ‘데이터 3법’에 대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 13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우려를 담아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소위는 이 법안을 21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과 함께 안건에 올렸지만 재심사키로 했다.

▲ 양대 금융부문 노동조합 로고.
▲ 양대 금융부문 노동조합 로고.

노조는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혁신 차세대 신기술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들은 대량의 개인정보들을 수집·분석·활용하는 것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 판단이다. 개인정보 일부 항목을 삭제하거나 대체해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가명정보’로 가공하더라도 언제든지 ‘재식별’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위험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함부로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본질은 ‘개인정보의 자본화’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취지와 정확히 반대로 신용정보법을 개정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자기 결정권을 말살해 개인정보를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원광석으로 쓰게 해주겠다는 선언”이라며 “개인정보로 장사하는 집단들의 민원이 중요한가, 국민 대다수 정보인권이 중요한가. 국민들이 동의하는 수준과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활용되어야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사생활침해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양대노총은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재벌과 데이터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금융권 양대 산별노조는 재벌특별법인 인터넷전문은행법, 사생활침해법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결사 반대한다”며 “만약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양 법안이 통과될 시 금융권 양대 산별노조는 강력한 투쟁을 통해 국회 법사위원회 및 본회의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 밝혔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후 법안소위를 열어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비롯해 지난 소위에서 결론내지 못한 법안들을 다시 심사한다. 이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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