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 달간 가사노동자로 광고에 나온 17명 중 16명은 여성이었다. 여성 출연자 비중이 높은 광고품목은 화장품, 남성 출연자 비중이 높은 품목은 자동차·정유 분야였다. “고정적 성역할을 재현하는 광고가 월등히 많다. 이를 벗어난 인물상을 보여주는 광고가 늘어나야 한다”는 시민사회 쓴소리가 나왔다.

올해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을 진행 중인 서울 YWCA는 지난 8월24일부터 9월24일까지 공중파·케이블·인터넷 및 바이럴 매체의 광고 482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여성 등장인물은 가사를, 남성은 경제활동을 맡는 편향성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성별로 등장인물 역할을 10개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여성은 전체 346명 중 103명이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왔고, 남성은 397명 중 91명이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 역할엔 여성이 39명, 남성이 80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등장인물 성별 역할 분석표.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주요 등장인물 성별 역할 분석표.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광고 등장인물 성별 연령대.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광고 등장인물 성별 연령대.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10개 카테고리는 △아이 돌보는 사람 △가사를 하는 사람 △자녀 아닌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 △선물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여가를 즐기는 사람 △쇼핑하는 사람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 등이다.

아이나 타인을 돌보거나 가사노동을 하는 등장인물은 17명 중 16명, 94%가 여성출연자였다. 서울YWCA는 특히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KCC건설의 ‘스위첸’ 광고 등을 예로 “아침상을 차리고 자녀를 깨우고 시장을 보다가 자녀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퇴근 후 아이를 데려가는 딸에게 반찬을 싸주는” 전통적 모성을 그린 광고를 문제로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광고 갈무리.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삼성 갤럭시워치 광고 갈무리. 사진=서울YWCA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광고편 중

광고 등장인물 성별 연령대를 보면 남성 중 40대 이상은 35.5%였지만, 여성 중 40대 이상은 20.6%였다. 여성 경우 237명(68.4%)가 20~30대에 쏠려있었다. 서울 YWCA는 “여성 주요 등장인물의 연령대가 20~30대에 집중된 점에 비춰 출연 비중이 작은 중년 여성이 광고 속 전형적인 모성애를 강조하는 ‘엄마’의 역할로 등장했다는 점 또한 문제적”이라 덧붙였다.

서울YWCA는 “남성=기술, 여성=쇼핑·화장 구도로 광고 품목·기능 별로 그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성별이 있음을 나타내는 광고가 반복된다”고도 평했다. 삼성 갤럭시 워치 광고 시리즈가 한 예다. 총 3편의 광고로 구성됐는데 성별에 따라 강조하는 기능이 달랐다. ‘스트레스 측정편’에선 사무직으로 성실히 일하는 남성이 출연했고 ‘마이 스타일편’은 스타일링에 도움을 주는 기기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꾸밈노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여성을 등장시켰다.

▲안다르 '모두의 레깅스 #myaotd Campaign Dance - 댄스 편' 광고 갈무리.
▲안다르 '모두의 레깅스 #myaotd Campaign Dance - 댄스 편' 광고 갈무리.

클라란스코리아의 ‘클라란스 더블세럼’ 광고와 안다르의 ‘#myaotd 댄스편’ 광고를 성평등 광고 사례로 뽑혔다. 모두 인터넷·바이럴 매체 광고다. 화장품 클라란스 광고는 가수 박정현씨가 자신만의 음악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장르라며 여성 가수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밝히는 장면이 주다.

안다르 광고는 플러스 사이즈 여성 모델이 “맞는 몸이 어딨어?” “내가 즐거우면 되지”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몸에 붙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울 YWCA는 “사회의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형태의 몸을 긍정한다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차용한 펨버타이징(페미니즘과 애드버타이징의 합성어) 광고”라고 평가했다.

‘성적 대상화’ 광고 사례는 3건으로 집계돼 같은 모니터링 분석을 낸 지난 4월에 비해 줄었다. 서울YWCA는 “광고 속에서 전통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는 성차별적인 재현이 반복될 때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남성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현실의 변화에 발맞춰 관습화된 성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주는 광고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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