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상파의 반응을 보면 씁쓸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와 LG유플러스-CJ헬로의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통신사의 IPTV와 케이블 방송이 겨루던 유료방송 생태계는 통신사가 잠식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때부터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찾아봤지만 이들의 입장을 알기 힘들었다. 메인뉴스에서 관련 사안을 제대로 보도한 적 없어서다. 인터넷 글 기사나 단신 뉴스 가운데 하나로 상황을 언급한 정도에 그쳤다. KBS 오후 시간 뉴스에서 통신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메인 뉴스에는 전파를 타지 못했다. 

실패로 끝났던 3년 전 박근혜 정부 때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추진 당시 지상파는 가장 격렬한 반대자였다. 당시 지상파 3사를 주축으로 한 한국방송협회는 인수합병 반대 입장문을 정부에 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지역 지상파 관계자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연락을 하면서까지 인수합병에 반발하는 입장을 어필했다고 한다.

▲  2016년 3월14일 SBS8뉴스의 방송화면(위)과 3월28일 SBS8뉴스 방송화면(아래).
▲ 2016년 3월14일 SBS8뉴스의 방송화면(위)과 3월28일 SBS8뉴스 방송화면(아래).

지상파 방송은 뉴스로도 통신사 주도의 인수합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2016년 3월부터 5월까지 세 달 동안 지상파가 메인뉴스에서 SK텔레콤 또는 CJ헬로를 비판한 보도는 SBS 23건, KBS 13건, MBC 5건 순으로 40건이 넘는 보도가 쏟아졌다. 

지상파는 통신 독과점이 미디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우려했다. 당시 방송협회는 △통신재벌에 의한 방송장악 우려 △약탈적 결합판매가 연쇄적으로 만연하게 될 것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사 줄 세우기 만연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SBS 보도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SKT ‘합병 시 3,200억 투자’…면피성 약속’” “‘SKT, CJ헬로비전 인수는 재벌 독점 강화’ 비판” “‘결합상품’ 점유율 49.6%…SK, 방송 넘보나?” “콘텐츠 사업 육성 한다더니…재벌끼리 배불리기?” “‘통신재벌 SKT, 방송시장 지배력 빠르게 확대’” “‘SKT-CJHV 합병시 요금 상승’…드러난 거짓말” “‘고객에 비싼 요금제 팔아라’…도 넘은 SKT 갑질”.

3년 전에는 40건이 넘었는데 지금은 0건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보다 더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데 비판 보도 수는 터무니 없는 격차가 난다. 이슈가 없는 것도 아니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지속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 공공성에 대해 끊임없이 따져 묻고 있지만 좀처럼 현장에서 지상파 방송사 카메라를 찾기 힘들다. 

▲ 지난 1월3일 지상파 3사 사장단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의 양해각서 체결 모습.
▲ 지난 1월3일 지상파 3사 사장단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의 양해각서 체결 모습.
▲ 지난 1월  지상파3사 메인뉴스 보도.
▲ 지난 1월 지상파3사 메인뉴스 보도.

왜 반응이 달라진 걸까. 넷플릭스 등 강력한 해외 미디어 사업자의 등장으로 국내 사업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여기에 동조했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이 간극의 이유를 짚어보면 지상파 방송3사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푹이 SK텔레콤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와 합병한 사실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돌연 통신과 방송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인수합병은 허용 기조이지만 미디어 부처의 심사가 남아 있다. 시민사회는 형식적인 심사에 그치지 않고 통신사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은 줄이고 미디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유불리에 따라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관점이 휘청인 게 아니라면 2016년처럼 ‘관심’을 보일 기회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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