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건강 프로그램에서 몸에 좋다고 홍보하는 제품이나 성분이 광고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협찬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향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12월 중 법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방송 속에 숨은 ‘협찬’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협찬은 광고와 다르게 기업 등 광고주가 방송사와 직거래해 투명하게 거래 내용이 드러나지 않고 협찬 사실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시청자들은 협찬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종편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돈을 받고 특정 기업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홈쇼핑과 연계해 건강 프로그램에서 특정 제품이나 성분을 홍보한 직후 홈쇼핑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시사 프로그램에서 특정 공기업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는데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따르면 협찬에 대한 대가 정황이 있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시사 프로그램에서 특정 공기업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는데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따르면 협찬에 대한 대가 정황이 있다.

개정안은 협찬의 개념을 법으로 규정하면서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우선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는 협찬을 금지했다. 

협찬을 했을 때 이를 알리는 협찬고지는 사업자 자율에 맡기되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효능’을 다루는 경우 협찬 고지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홈쇼핑 연계편성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건강 프로그램 협찬 투명화를 통해 시청자 판단을 돕게 했다.

이날 전체회의 때 표철수 상임위원은 건강 프로그램 조항을 언급하며 “홈쇼핑 등 최근 문제가 되는 문제에 적용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사무처 관계자는 “종편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연계 문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개정안은 방송사에 협찬 자료를 5년 동안 보관하게 하고 방통위 요청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방송사 대상 조사권을 포함할 수 없냐는 지적에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사 대상 조사는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방송법상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료보관 제출 의무를 부여해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 홈쇼핑 연계편성에 대한 방통위 실태점검 보고서 갈무리.
▲ 홈쇼핑 연계편성에 대한 방통위 실태점검 보고서 갈무리.

방송사가 협찬과 관련한 법 조항을 위반하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구체적인 과태료 규모는 추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규정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법안 마련 과정에서 ‘협찬주가 협찬을 대가로 방송 프로그램 내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편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안에는 빠졌다. 방송광고정책과 관계자는 “방송법 4조에서 이미 누구든지 방송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협찬주가 관여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없어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4사의 홈쇼핑 연계편성 110회를 파악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고 조사를 종결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후 방통위는 협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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