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백년전쟁’ 제재 위법 결정 대법원은 정치기구”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 김명수)는 21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RTV에 내린 법정제재 처분이 부당하다며 원심(1심·2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013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받은 지 6년 만의 판결이다.

▲ 22일자 조선일보 1면
▲ 22일자 조선일보 1면

 

▲ 22일자 조선일보 10면
▲ 22일자 조선일보 10면

RTV는 2013년 당시 2기 방통심의위(위원장 박만)로부터 공정성과 객관성, 사자 명예훼손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을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했다. 그러나 1심·2심 모두 방통위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판단을 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22일자 아침종합신문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 국민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이 이 소식을 다뤘다. 세계일보만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유일하게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사설을 포함해 관련 기사 4건을 작성했다.

▲ 22일자 한국일보 10면
▲ 22일자 한국일보 10면
▲ 22일자 중앙일보 8면
▲ 22일자 중앙일보 8면

조선일보는 문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 다수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백년전쟁 문제없다’ 대법관 7명중 6명 文(문)정부서 임명”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판결 결과는 대법원의 인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4명 중 13명을 임명하게 된다”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을 교체했다. 그런데 9명 중 5명이 진보 성향 판사, 변호사 모임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이었다. 박정화 대법관(우리법), 김선수 대법관(민변), 노정희 대법관(우리법), 김상환 대법관(인권법)도 모두 ‘백년 전쟁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대법관의 성향을 지적한 것에 앞서 살펴봐야 할 대목이 있다. 2013년 8월 ‘백년전쟁’을 방영한 RTV에 대해 법정제재를 결정한 2기 방통심의위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임명한 인사 3분의 2로 구성됐다. 방통심의위 위원은 총 9명인데, 정부·여당 추천 위원 6인과 야당 추천 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임명된 인사 중 3분의 2가 정부·여당 추천 몫인데, 심의 제재부터가 정치 심의가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정권 정치 기구 된 대법원과 교육청”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백년 전쟁’은 2012년 말 좌파 단체가 만든 것으로 일부 방송과 인터넷에 올려 수백만명이 봤다.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만든 정치 선전·선동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 ‘스네이크 박’이라고 지칭하며 사진을 뱀 사진과 나란히 편집했다. 미국의 꼭두각시였다며 꼭두각시 인형을 실어 조롱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친일·독재·분단 세력과 자주·민주·통일 세력의 전쟁이었다고 했다.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끝으로 “대법원은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의 기본적 역사 인식이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한 뒤 “다수 의견이 ‘표현의 자유 보호’를 내세웠지만 이것은 허울이고 자기편을 봐주기 위한 판결이다. 대법원이 정치 기구가 됐다”고 했다.

▲ 22일자 경향신문  10면
▲ 22일자 경향신문 10면
▲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조선일보와 정반대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0면에 “대법, ‘방통위 심의 잣대’ 첫 제동”이라는 제목으로 “판결은 대법원이 처음으로 방송심의 기준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여러 하급심의 방송 공정성·공공성 문제에 관한 판단은 엇갈려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역사적 인물 관련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한 대법 판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원심의 잘못을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당할 뻔했던 표현의 자유가 이번 판결로 바로 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역사논쟁과 같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저작물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 22일자 한겨레 1면
▲ 22일자 한겨레 1면

지소미아 23일 0시 종료 임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효력 발생 3년 만인 22일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될 운명에 처했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지소미아와 관련해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해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지소미아 종료 강행을 확정하지도 않았다. 종료 전까지 일본과 협상을 벌인 뒤 종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22일자 아침종합신문은 일제히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 22일자 동아일보 3면
▲ 22일자 동아일보 3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러모로 지소미아 종료가 발효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안보상으로 믿을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적용했기 때문에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과 내밀한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정말 협정의 유지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썼다.

▲ 22일자 한겨레 사설
▲ 22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강행되면 예상되는 위기가 크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가장 큰 걱정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다. 중국과 ‘무역 전쟁’ 중인 미국인 지소미아를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측정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고 쓴 뒤 “지소미아 종료로 대북 안보망에 구멍이 뚫리는 점도 우려가 크다”고도 했다.

▲ 22일자 세계일보 사설
▲ 22일자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외교안보 현실은 참담하다. 한·미동맹에는 균열이 생겼고 외교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했다.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미국은 시도 때도 없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압박한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한반도 안보지형에 ‘퍼펙트 스톰’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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