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째 이어온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신 전 위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자 신 전 위원과 변호인측은 부당하다며 무죄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신 전 위원의 변호인은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는 전제 아래 피고인의 합리적인 주장을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허위성 인식과 비방 의도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김종귀 변호사는 2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전 위원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발표의 허구성과 ‘좌초후 충돌’이라는 신 전 위원의 주장과 근거 등을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 재판부에 제출됐던 천안함 생존자들의 진술서 원본 분석 내역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애초 지난해 12월20일 윤종성 전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엔 생존자진술 원본 가운데 김봉남 원사, 김덕수 상사, 강봉철 상사의 진술 일부만 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엔 전체 장병의 진술 내역을 더 자세히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폭발인지 충격인지 불확실하다고 한 대원이 20명, 폭발과 충격 중에서 결론을 내린 대원 38명 중 폭발로 판단한 대원은 14명, 충격으로 판단한 대원은 24명이었다며 충격이라고 판단한 대원들이 두배 가까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충격으로 판단한 대원들의 증언은 대단히 구체적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최성진 병장은 최초에 듣거나 느낀 것을 두고 “철판끼리 부딪쳐서 생기는 묵직한 소리”라고 진술했고, 김윤일 병장은 “묵직하게 큰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로 진술했다. 전환수 이병은 “철판과 철판이 부딪히는 ‘탕’하는 소리”로, 진경섭 하사는 “외부에서 무언가 충격”이라고 진술했다. 조영연 중사는 “무언가 세게 부딪치는 듯한 충격”이라고 했다. 전투정보실의 김기택 하사와 전탐장인 김수길 상사의 경우 법정에 나와 유사한 증언을 하긴 했으나 이들 역시 사고 직후 진술서에서도 “상선과의 충돌로 생각했다”(김기택) “충격음(동급의 상선 같은 것에 부딪힌 것 같은)”(김수길) 등으로 진술했다.

이밖에도 폭발이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진술한 내용도 공개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병남 원사는 “폭발은 아님. 외부충격”이라고 진술했고, 갑판장인 김덕수 상사는 “폭발음은 아니었다.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라고 썼다. 육현진 하사는 “내부폭발 아니며 외부충격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정주현 하사는 “폭발은 아님. 불꽃 본 적 없음”이라고 썼다. 특히 강태양 병장은 “폭발음 아님. 외부에서 배를 충격한 느낌”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반해 폭발로 판단한 승조원들의 경우 정황상 추론이거나 다른 이들한테 전해들은 수준이었다. 최원일 함장은 “어뢰로 생각했으나 기뢰종류일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썼고, 전투정보관 정다운 중위는 “쾅 소리 듣고 해상충돌, 정황판단시 어뢰 공격”이라고 진술했다. 김정운 상사는 “충격음 폭발은 듣지 못했으나 잠수정 어뢰”라고 주장했고, 김현래 중사는 “외부폭발(동기생한테 들어서)”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정부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의 121~127쪽에 걸친 생존장병 진술은 거의 폭발이었다는 진술만 잔뜩 나열했다. 김 변호사는 “폭발보다 충격이라는 의견을 밝힌 생존장병이 훨씬 더 많았음에도 합조단이 폭발로 결론내리고 생존장병 진술서 내용을 사실상 왜곡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생존장병 진술의 종합 분석 결과 △생존자 진술 가운데 화약냄새를 맡은 대원이 아무도 없는데, 이는 폭발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이며 △함선이 기울어진 후 복원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손윤식 중사가 진술서에서 ‘배는 복원력에 의해 복원되는데... 이건 아닌데...’라며 명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점을 들어 김 변호사는 “선체가 칼로 무를 자르듯 단칼에 반파되지 않는다”며 “만약 폭발이 있었다면 폭발력에 의해 일시 기울어지더라도 다시 복원되려는 선체의 움직임이 있었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충격이라는 진술들은 결국 충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가 지난해 9월13일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서울고법 형사5부가 지난해 9월13일 천안함이 전시된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김 변호사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 부분을 두고 “피해자 특정, 허위성에 대한 인식, 비방의 목적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의 이유의 경우를 두고 김 변호사는 “사실적시와 의견표명의 구별(침몰원인 주장을 사실적시로 판단한 부분), 피해자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조사결과보고서의 내용이 모두 진실이라는 전제 하에 피고인의 합리적인 주장을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천안함 침몰원인을 판단하는 1심 재판부의 논리가 엉터리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는 합조단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쟁점을 두고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라거나 또는 ‘그러한 사실이 추정된다’며 합조단의 결론을 진실로 간주하고, 피고인이 제기하는 합리적인 의문사항들을 배척했다”며 “피고인이 ‘좌초 후 충돌설’을 입증하지 못했으니 합조단의 결론이 진실이라는 논리를 폄으로써 형사법상 증명책임 원칙에 배치되는 판단방법을 취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그 사례로 물기둥의 경우 1심 재판부가 ‘폭발로 인해 상당한 높이의 물기둥이 발생한다고 할 것임에도 천안함 승조원 중 물기둥을 직접 목격한 승조원이 없다는 것에 의문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점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물기둥 발생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물기둥이 발생했는데 생존 장병들이 목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논리로 물기둥의 존재를 인정했다”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인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1심 재판부 판단과 달리 △천안함이 좌초로 반파되지 않았으나 좌초는 었었으며 △폭발이 부재했다고 강조했다. 좌초 존재의 경우 수많은 최초 좌초 보고와 프로펠러 손상 형태 등이 그러하며 폭발 부재는 생존장병 중에 장파열, 코피, 고막 손상 등 폭발로 인한 신체손상이 없고, 시신의 사인도 전원 익사였다는 점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의 다른 변호인인 심재환 변호사는 “변호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천안함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고, 국민 여론조사도 60% 넘는 분이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천안함 사건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건 진상을 은폐 조작한 사건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심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천안함 책임자들의 뻔뻔스러움과 어리석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과거 같으면 책임추궁과 멸문지화를 당할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천안함 조사결과가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초기 미국과 한국정부가 북한 개입 여지가 없다고 명백히 발표한 입장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구나 우리 정부가 범인이라고 지목된 북한이 스스로 공동조사하자며 검열단 파견을 제안했을 때 이를 막은 점을 들어 “변명할 기회를 달라고 하면 받아들여야지,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왜 스스로 망치고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심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을 두고 “이명박 정권이 사악한 의도를 갖고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라며 “정부의 은폐조작을 부수고 진실을 알려 오히려 군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10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으나 검찰이 피고로 몰아 기소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변호사는 “역대 검찰이 독재정부에서 해왔던 노릇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검찰은 늘 독재정권의 문지기 역할했다는 비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을 향해서도 심 변호사는 “법원도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본다”며 “늘 법원이 조작사건 완성에 화룡점정 역할을 하며 권위 부여하면서 국민 사기극에 일역을 담당했다”고 지목했다. 심 변호사는 “법원이 공범이 돼서는 안된다”며 “땅에 떨어진 사법의 신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피고인 신상철 전 위원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본인이 주장했던 내용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신 전 위원은 “거짓으로 민족의 절반을 살인범으로 만든 대한민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작과 은폐 그리고 아무 관련 없는 북한을 살인국가로 만든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하며 남북의 국민과 국제사회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두 재판장은 판결 선고를 해를 넘겨 오는 2020년 1월30일 오후 2시에 하겠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수. 사진=이우림 기자
▲천안함 함수. 사진=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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