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명처리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하는 ‘데이터 3법’ 처리를 추진하면서 시민사회 우려가 높아졌다. 21일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심사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5일 이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신용정보법(신정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점쳤으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지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신용카드, 휴대전화, 은행 계좌 등을 만들 때 분명히 외부에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서명한다. 개인정보 소유와 주체는 그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지 의원은 “아무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추구한다지만, 국가가 법률로 (개인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한다는 건 개인 권리를 유용하는 거라 생각한다. 보안 문제에도 개인정보를 여러 개 합치면 원치 않는 정보들이 드러날 우려도 있어 시민단체도 반대한다”며 “공청회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반대 의견을 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가명정보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가입자들에게 동의를 받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흐리기도 해, 향후 수정안이 소위에서 의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1일 회의 시작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1일 회의 시작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날 소위 직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선 개인정보 활용 법안에 국회 논의를 멈추라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많은 분들과 많은 언론의 무관심 속에 개인정보에 관한 보호조치와 규제조치들이 풀려가고 있다”며 “많은 분들 일상과 굉장히 밀접함에도 개인 관련 정보들이 어떻게 기업들 영리 활동에 이어지게끔 법이 개정되고 있는지 언론의 관심을 다시 촉구하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박 사무처장은 늘 이견으로 정쟁을 겪는 여야가 유독 개인정보 규제 완화에 대해선 일사천리로 합의를 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 익명정보(위)와 가명정보 비교 예시.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자료 발췌
▲ 익명정보(위)와 가명정보 비교 예시. 사진=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자료 발췌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의 감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로 극복 가능하고, 노동자에 대한 감시는 노동 3권으로 저항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비자 감시는 한번 물꼬를 트면 끝없이 깊어져가는 무지막지한 개인정보 수탈 수단”이라 비판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공익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걸 막는 건 아니다. 개인정보라는 중요한 인권을 조화시키고 절충시키는 제3의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모든 절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시간을 두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민주적 과정, 사회적 합의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뒤 “기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발 이 법 좀 막아달라. 한 번 뚫리기 시작하면 끝없이 나아갈 것이다. 우리 사생활, 생활방식, 사고방식까지 바꿀지 모를 법을 막아달라”고 밝혔다.

▲ 참여연대는 21일 정무위 법안소위가 열리기 직전 개인정보 활용 법안들에 대한 국회 논의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 참여연대는 21일 정무위 법안소위가 열리기 직전 개인정보 활용 법안들에 대한 국회 논의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신정법 뿐 아니라 보험업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도 반대했으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이날 소위를 통과했다. 이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공적 건강보험 보장성에 역행하는 법안이자 공정거래법 위반 등 범죄 전력이 있는 산업자본을 은행 대주주로 만들어주자는 법안”으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및 금융 건전성·공정성 훼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악 법안”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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