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 개념의 종속성을 흐리는 새로운 개념이라는 주장이 업계와 보수언론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오히려 플랫폼 노동이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하고 일상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는 21일 “디지털 기술로 인해 노동의 종속성은 기존 사업장 밖으로, 노동시간 밖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됐다. 기존 고용관계에서도 디지털 기술은 사업장 안팎을 넘나들며 노동 감시를 더 원활하게 하므로 경쟁은 심해지고 종속은 일상화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경제 확산과 노동유연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박 노무사는 이날 토론문을 통해 “4차산업 시대에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면서 마치 전에 없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이 일자리는 기존 노동과 다른 새로운 노동을 생성해내는 것처럼 포장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가공해내는 노동은 새 노동의 탄생이 아니다. 이미 활용되는 노동이 플랫폼을 비롯한 디지털 환경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만든 신산업은 이윤 창출하는 사업방식의 변화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경제 확산과 노동유연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 세계
▲민주노총은 2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경제 확산과 노동유연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노동과 세계

박 노무사는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기술과 만나면서 자영업자의 외관을 취하지만, 극단적인 탄력성과 유연화된 노동, 임시적이고 파편화된 노동으로 규격화되면서 경제적 종속성은 더욱 심화한다”고 했다. 한편 디지털 기술은 관리감독 역할도 대체한다. 사업주 대신 이용자들이 외부 시스템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인적 종속성에서 경제적 종속성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사업장 경계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 경쟁은 심화한다.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장벽을 극단적으로 낮출 뿐 아니라, 지역과 업종 정보, 기술과 노동을 모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노무사는 “플랫폼의 궤멸적 노동시장화는 역사상 유래 없는 경쟁을 촉진한다”고 했다.

박 노무사는 “디지털 시대 노동이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되려면 노동법적 보호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법상 보호대상인 노동자성 판단기준을 재검토해 디지털 노동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소정 노동시간을 벗어나도 업무가 단절되지 않고, 전자장비를 통한 온라인 노동감시도 사업장 밖으로 확장된다며 업무로부터 단절할 권리와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권리를 구체화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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