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19일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들고 나온 데에 21일 아침신문의 비판이 거셌다. 대다수 신문이 주한미국 감축 거론이 “도를 넘은 한미동맹 훼손”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미국 쪽의 비판 명분을 줄이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주문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18~19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미국 측이 박차고 나가면서 끝난 직후 일이다. 에스퍼 장관이 13일 방한 직전 비슷한 질문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데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언론은 방위비 협상에 주한미국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0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국회 입장을 미국 측에 전하기 위헤 워싱턴 방문길에 올랐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21일 한겨레 3면 갈무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21일 한겨레 3면 갈무리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내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분담금의 5배 액수다. 한국의 분담금은 그간 1조 원 아래로 유지돼오다 올해 처음으로 1조를 조금 넘겼다.

한겨레는 21일 3면에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잇단 주한미군 관련 발언들은 한미 동맹을 동북아 안보의 ‘린치핀’이라고 추어올렸던 그간 태도와 모순될 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되레 훼손할 수 있다”고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1면 ‘마피아같은 트럼프 동맹관…방위비 6배 터무니없다” 기사에서 미국 한반도 전문가 5명에게 긴급 설문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인상 요구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5면에 ‘“미대표단, 동맹관계 박차려 하나” 워싱턴서도 방위비협상 비판’ 제목의 기사를 내고 “미국 워싱턴의 지한파 한반도 전문가들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미국 측 대표단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며 “미국 구뇌부가 불을 지피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 외 신문들도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을 내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시사를 비판했다. 한국은 “방위비 협상을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한 것도 그렇(부적절)지만,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현실적으로 병력 감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보다 6배에 가까운 50억달러(약 6조원)로 올려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수와 진보,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

▲21일 동아일보 5면
▲21일 동아일보 5면

한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 제목에 각각 “위험한 상황”, “예삿일 아니다”라고 전하면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를 깨는 바람에 주한미군이 더 위험해졌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는 논리를 편다”며 “이제라도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하든, 아니면 후폭풍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주한 미군 감축․철수가 사고처럼 닥칠 수 있다”며 “지금 체면, 자존심을 찾을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황 대표 단식에 ‘공수처·선거법 강행 반대 공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 소식에 아침신문이 한목소리로 “뜬금없다” “명분이 없다” “구태의연하다”며 비판한 가운데, 조선일보만 “그 명분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설을 냈다.

▲21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21일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황 대표는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시키고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를 막겠다며 20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정부의 외교․안보 문제, 경제 상황 등 ‘국정 실패’에 책임을 묻고 12월3일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를 막겠다는 명분이다.

아침신문들은 21일 사설에서 직접적 표현으로 황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황교안 대표의 단식투쟁’에서 “뻔히 수용 불가한 요구를 내걸고 단식이란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며 “특히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 초당외교를 위해 방미길에 오른 날 국회를 팽개치고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어깃장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좀비정당’ 쇄신 대신 단식농성하는 황교안’, 세계일보는 ‘야당 대표가 쇄신 외면한 채 뜬금없는 단식농성이라니’, 국민일보는 ‘단식 말고 정치를 하라’라고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에서 다른 입장을 냈다. 조선일보는 ‘눈앞 닥친 선거법 강제 변경과 공수처 일방 신설, 어찌해야 하나’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처리 저지라는 그 명분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를 게임 참여자들의 합의 없이 강제로 바꾸고, 수사기관을 어느 당이 일방으로 신설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세계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이런 폭주 폭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가의 기본 틀을 이루는 선거제도와 수사제도를 강제로 바꾸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음 정권부터는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위부터)경향신문·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한국일보·조선일보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돌입 관련 사설 제목 갈무리.
▲21일 (위부터)경향신문·국민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한국일보·조선일보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돌입 관련 사설 제목 갈무리.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4면에서 관련 기사를 내고 “갑작스러운 단식에 여권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3면에 “한국당에서도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는데 단식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여타 정당들과 합의안을 만들지 못해 이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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