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후 한-아세안 공동비전성명과 공동의장 성명 등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열리는 한-메콩 정상회의 이후에도 한강-메콩강 선언도 채택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행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정상회의 외에도 지난 8월부터 시작돼 11월27일 이후까지 계속될 예정인 각종 부대행사가 50여 건이 넘는다. 정부가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뭘까.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20일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아세안 공동비전 성명 채택과 한강-메콩강 선언 채택,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양자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고 소개했다. 주형철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각국의 정상과 양자회담에서 ICT 등 산업협력, 스마트시티 등 인프라 협력, 직업교육협력, ODA 협력, 방산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 명칭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인 이유는 아세안과 우리나라가 포함된 회의이며, 아세안이 아닌 한국에서 열리기에 ‘특별’ 정상회의가 됐다. 여기서 아세안(ASEAN)이란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약자로, 10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연합체를 말한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이 회원국이다.

아세안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와 아세안간 공식 대화관계가 시작된지 30주년이 됐다는 걸 기념하는 의미와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열리는 최대 규모 국제회의다. 한국은 2009년(제주)과 2014년(부산) 두 차례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사무국은 아세안과 관계를 맺은 국가 가운데 특별정상회의를 세 번이나 연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20일 합동으로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서 아세안을 두고 경제적으로 총인구 6억5000만명에 GDP 2조9000억불 수준의 거대 단일시장인데다, 소비시장과 생산기지로서 기능도 있고 한국의 두 번째 교역상태이자 세 번째 투자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생산기지 측면에서 정부는 아세안이 풍부한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풍부한 노동력’이란 값싼 노동력을 말한다. 수십년 전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던 국가가 이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투자대상을 찾는 입장이 됐다.

청와대가 배포한 참고서적인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2019년 국립외교원)를 보면, 우리가 동남아를 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책의 ‘한-아세안관계는 어떻게 발전해왔나’라는 글에서 “중국은 동남아를 남만이라 부르며 멸시했는데, 동양의 오랑캐(동이)로 불렸던 우리 조상들도 중국인을 따라 동남아를 얕잡아 보았다”며 “동남아인들과는 조선 말까지 표류한 상인이나 어민과 소수의 지식인들을 통한 간헐적 접촉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땐 우리의 강제징용자가 끌려간 곳이 동남아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 들어 동남아로 강제 징병, 징용된 조선인이 수십만 명이나 되었지만, 이들과 동남아인들의 접촉은 어디까지나 타의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관으로 이번 정상회의 부대행사의 하나로 오는 25일 열리는 ‘2019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과 관련해 청와대는 “한국과 ASEAN이 식민지배와 빈곤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임을 표명”하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아세안이나 모두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들인 만큼 더욱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스로 이렇게 소개한 설명처럼 아세안을 단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쉽게 부를 축적할 대상으로 보는 인식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한-아세안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한-아세안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이번 정상회의 계기로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착공식(24일) △한-아세안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합동 공연(아세안 판타지아) △한-아세안 CEO 서밋(25일)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 등 많은 부대행사도 열린다. 특히 문화혁신포럼엔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 넷플릭스 Reed Hastings 등 주요 기업 및 일반 국민 등 600여명이 참석한다.

언론관련 행사로는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한아세안 방송콘텐츠의 미래와 협력방안’이 열려 정부와 방송사업자,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아세안 방송 공동제작 사례 발표와 토론을 한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20일 배포한 2019 한-아세한 특별정상회 관련 참고자료 중에서.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20일 배포한 2019 한-아세한 특별정상회 관련 참고자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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