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之忠也, 猶魚之有淵.
인지충야, 유어지유연. 

사람은 충성스러워야 하며, 마치 물고기가 못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이 말은 시진핑이 ‘중앙 판공청 각 부서 간부 성원과 간부 직공織工 대표들과의 좌담회 연설’ 때 삼국시대 촉한蜀漢 승상丞相인 제갈량諸葛亮의 <병요兵要>에서 따왔다. 시진핑은 당에 대한 충성은 지도간부의 생명선이며, 정치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본다. 시진핑은 당원들에게 “자신의 제1의 신분은 공산당원이고, 제1의 직책이 당을 위해 일하는 것임을 명심하여 조직에 충성하고 어떠한 때라도 당과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되풀이 해 강조한다. 중국지도자들은 마오쩌둥 등 혁명 1세대들은 “목이 떨어져도 괜찮다. 주의主義가 진리”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배에 풀뿌리만 가득해 굶어 죽을지언정 투항하지 않고 절개를 지켰다. 온갖 고문을 받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도 당을 배반하지 않고 꿋꿋하게 견뎠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혁명 1세대들의 이런 의지와 절개는 중국혁명 승리의 정신적 동력이었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신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시진핑은 “당에 대한 충성은 입으로만 말하거나 회의 때 발언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마땅히 안팎이 같고, 지행합일하며 시종일관해 반드시 이상과 신념을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상과 신념이 굳건하지 못하면 조그만 시련이 닥쳐도 동요하게 된다. 그러한 태도는 또다시 고조돼 최종적으로 믿을 수 없게 된다. 당에 대한 충성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소박한 감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이성적 자각과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人之忠也, 猶魚之有淵. 魚失水則死, 人失忠則凶. 故良將守之, 誌立而名揚.
사람은 충성스러워야하며, 마치 물고기가 못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물을 잃게 되면 죽게 되고, 사람이 충성스러움을 잃게 되면 불행해 진다. 그러므로 훌륭한 장수는 충성스러움을 지키고 뜻을 세워 이름을 날리게 된다.

<병요>는 제갈량이 전장에서 군을 지휘하고 운용하면서 총괄한 ‘법으로 군을 다스리는(以法治軍)’ 내용의 병법서다. 반드시 따라야 할 총 10칙의 요령으로 되어있다. 이 10칙의 <병요>는 군사기율軍事紀律, 훌륭한 장수의 인품과 덕성(良將品德), 용인과 유능한 인재선발(用人選賢), 고위 지휘관의 기풍(將領作風), 유리한 전투시기 포착(捕捉戰機), 나쁜 풍습 없애기(打擊歪風), 붕당근절(杜絶朋黨), 전술교련戰術敎練, 주둔·이동시 방비(駐防移防), 군대 위용과 장비(軍規軍容) 등 분야로 논술하고 있다. <병요>는 제갈량의 군사사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충성은 군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도덕규범과 가치관으로 군대의 특성을 결정짓는다. 복종은 군인의 천직으로 충성의 표현이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자르는 자신의 군대가 충성스럽게 통솔자의 의지에 따라 나갈 것을 요구했다. 프로이센의 군사이론가 카르 폰 클라우제비츠는 “바다 한 복판에 있는 바위가 파도에 부딪치더라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처럼” 자기 신념에 대한 충성과 견지를 요구했다. 

진수陳壽가 쓴 정사正史 삼국지 ‘제갈량전’에 따르면 공명孔明의 저서로 약 14만5200자로 이루어진 <제갈씨집諸葛氏集> 24편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산실돼 오늘날 전하는 것은 없다. 나중에 제갈량의 저작이나 그에 관한 기록을 편집한 <제갈량집>, <무후전서武侯全書>, <제갈충무전서諸葛忠武全書>, <제갈무후집> 등 10여 종류의 책이 나왔다. 이 가운데 청나라 때 장주張澍가 편찬한 <제갈충무후문집諸葛忠武侯文集>이 가장 충실해 이후 <제갈량집>으로 바뀌어 전해오고 있다. 충성스러움의 표상으로 불리는 제갈량의 삶은 ‘나라를 위해 죽을 때까지 온 힘을 다했다(국궁진췌鞠躬盡瘁국궁진췌, 사이후이死而後己)’는 말로 칭송을 받으며 중국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궁진췌, 사이후이’는 제갈량의 ‘후출사표後出師表’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 제갈량 (諸葛亮). 사진=위키피디아
▲ 제갈량 (諸葛亮). 사진=위키피디아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제갈량을 애도하는 시를 이렇게 썼다.

三顧頻煩天下計, 兩朝開濟老臣心. 出師未捷身先死, 長使英雄淚滿襟.
번거로운 삼고초려 천하계책 받들어, 두 대를 거쳐 보필한 노신하의 마음. 군사를 내어 이기지 못하고 몸 먼저 가니, 길이 영웅들로 하여금 눈물 흘려 옷깃을 적시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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