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협력체계(IFNEC) 집행위에 이어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일체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상용화와 수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이 안전성이 혁신적으로 강화된 소형원자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여 소형원자로 개발·상용화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글로벌 소형 원전시장에서 강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일체형 원자로는 일반적인 핵발전소보다 규모가 작고, 다양한 설비를 한 군데 모아 놓아 말 그대로 ‘일체형’인 원자로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라고 부른다. 통상 SMR은 용량이 300MW 이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최신 핵발전소가 1400MW급이니 1/4 이하의 작은 크기이다. 국내에서는 스마트 원자로라는 상표명으로 불리고 있다. 

스마트 원자로의 뿌리는 1990년대 초 러시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이 붕괴됨에 따라 많은 기술이 해외에 팔렸다. 우리나라는 러시아 핵잠수함 제조사인 OKBM에서 핵잠수함 도면, 디자인용 컴퓨터 코드 등을 가져왔다. 이 도면을 바탕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 스마트 원자로이다. 스마트원자로는 100MW 급이다. 그간 정부는 앞으로 일체형 원자로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며 시시때때로 장밋빛 희망을 밝혔다. 아직 핵발전소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나 사막국가에 해수담수화용 설비로 일체형 원자로가 널리 사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 SMART 원자로 개요.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SMART 원자로 개요.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02년에는 스마트원자로가 인도네시아에 2015년까지 건설되는 것을 목표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오는 가하면, 2004년에는 UAE와 양해각서를 맺었다며 중동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타당성 조사·양해 각서 보도가 그렇듯 스마트 원자로는 조만간 수출이 성공할 것처럼 소개되었다. 하지만 정작 스마트 원자로는 설계만 있을 뿐 시험로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 관련기사 : 매일경제) 국산 미래형원자로 인도네시아에 건설, 디지털타임스) 한국형 원자로 중동진출 청신호 ]

2005년 대전에 스마트원자로 시험로 건설 계획이 알려지자 대전 시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스마트 원자로 시험로는 100MW급 원자로를 1/5로 줄여 20MW급으로 줄여 시험하기 위한 원자로였다. 당시 원자로의 크기를 이렇게 줄이는 것과 관련해서 핵추진 잠수함 개발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원자로의 크기가 줄어들다보니, 이번에는 경제성 문제가 대두되었다. 발전설비이든 해수담수화 설비이든 일정 규모 이상 되어야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너무 작은 원자로는 건설비용만 많이 들뿐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반발, 경제성 논란으로 2008년 스마트원자로는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언론에는 “향후 중소형 원전 시장이 350조원 규모의 시장 가치”가 있다며, “사장될 위기에 빠진 스마트 원자로를 살리자”는 기사가 넘쳐났다. 그때가 핵발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이명박 정부 때였음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 관련기사 : 매일경제) 한국 세계 중소형원자로 시장 놓칠라 ]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마트 원자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수백조원에 달한다던 중소형 원전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이다. 잠수함처럼 극단적인 공간이 아니라면 아무리 좁은 나라일 지라도 공간이 없어 핵발전소를 못 짓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원자로의 크기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원자로가 얼마나 경제적이냐 하는 점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건설할 나라는 없을 것이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로 크기와 상관 없이 필요한 최소 인력은 정해져 있다. 또 신규 핵발전소 도입국 입장에서 보면 발전소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법’ 같은 법률도 만들어야 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 같은 정부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또 원자로를 관리할 인력양성을 위해 대학에 관련 학과도 신설해야 한다. 이는 원자로의 크기와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이 모두를 갖추고 굳이 용량이 작은 핵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소 도시에 맞춤형 원자로를 갖추기보다 대규모 핵발전소를 건설해 원거리 송전을 하고 있지 않나. 핵산업계 조차 대용량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핵발전소의 장점으로 손꼽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 원자로는 설자리가 없다. 

▲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사진=노컷뉴스
▲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사진=노컷뉴스

2000년대 ‘원자력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된다고 핵산업계가 장밋빛 전망을 내 놓을 때 함께 나오던 중소형 원자로가 아직도 장밋빛 전망으로 소개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한 나라의 차관이 외국까지 나가 형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장면에서 낯이 뜨겁기까지 하다. 이런 장면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20년째 수출 유망주인 스마트 원자로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줄 언론은 없을지 되묻고 싶다.

▲ 매일경제신문 2015년 3월4일자 8면.
▲ 매일경제신문 2015년 3월4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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