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2일 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 망 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망 사용료 갈등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와 같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ISP)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같은 콘텐츠제공사(CP) 간의 일종의 고속도로 이용요금 분쟁이다. 망(네트워크)은 데이터 고속도로다. 

앞서 국내ISP와 해외CP 사이 망 사용료 갈등이 해외CP 페이스북의 승리로 1라운드를 마쳤다고 한다면, 국내ISP가 이번 중재요청으로 2라운드를 예고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중립적인 제3자 위치에서 분쟁 당사자 의견을 청취한 후 법률·학계·전기통신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에서 협의가 어려울 경우 사업자가 방통위에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방통위가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가운데 어떤 선택에 나설지 업계 관심이 주목된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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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망을 통한 넷플릭스 트래픽은 2017년 4월부터 현재까지 15배 늘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인 넷플릭스 유료 사용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월 결제액은 260억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SKB)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면서 발생한 트래픽 증설 비용을 우리가 내고 있다. 비유하자면 2차선에서 4차선 도로를 만들었는데 넷플릭스도 이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만 9번 요청했는데 협상장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내는 대신 SKB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자신들의 캐시서버(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설치해달라는 입장이다. 캐시란 한 번 읽은 데이터를 저장해뒀다 같은 데이터를 또 요청할 때 바로 보내는 기술로, 캐시서버를 설치하면 트래픽이 줄어든다. 현재 넷플릭스의 가장 가까운 캐시서버는 일본에 있다. 캐시서버가 가까워지면 트래픽이 줄지만, SKB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쟁점은 방통위가 향후 심의 과정에서 망 이용품질에 대한 책임을 ISP에게만 물을지, CP에도 부과할지 여부다. 해외CP-국내CP 간 망 사용료 역차별 논란이 방통위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국내 CP의 망사용료를 100으로 보면 지난해 국내 대형 CP 6곳의 망사용료 단가는 84인 반면 해외CP들은 A유형 6곳이 51, B유형 8곳이 14에 불과했다. B유형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2곳이 포함됐다.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해외CP는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는 반면 국내CP가 국내ISP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네이버가 연간 700억 원, 카카오가 연간 3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의 오렌지, 미국의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 해외 ISP를 상대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망 사용료와 관련한 역차별 이슈에 대체로 공감하며 페이스북·구글 청문회를 벼르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앞서 방통위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임의변경해 이용자불편을 초래했다며 3억9600만 원의 과징금처분을 내리며 국내ISP와 해외CP간 갈등에서 국내ISP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이 접속경로 변경을 시도한 이유는 국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22일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결과 방통위가 패소하며 시정명령은 무효가 됐다. 

쟁점은 페이스북의 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 제한’인지 여부였다. 법원은 “이용을 지연하거나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이용 제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도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SKB는 이번 분쟁의 경우 지난 페이스북 사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번 사건을 두고 “통신사업자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와 망 이용대가 갈등으로 정부에 중재를 요청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해외CP의 통신망 무임승차가 국내 사업자가 감수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넷플릭스는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넷플릭스로 인해 전 세계 콘텐츠 동시 공개라는 창작자들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콘텐츠 품질 향상으로 소비자 혜택을 높이고 창작자의 무대를 확대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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