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으로 인재가 유출돼 우리나라가 ‘머리가 빈 나라’가 될지 모른다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주장이 논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며 어떻게 교육 기회균등 제공을 인재유출이라 하는지 한심하다고 논평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19일자 ‘김대중 칼럼’ ‘“우리는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에서 “지금 ‘대한민국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물음표를 떠올리게 한다”며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나라가 어디로 이끌려 가는지, 문재인 정권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불안해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이 이런 국민 불안을 개의치 않고 경제와 안보문제로 아우성쳐도 ‘끝까지 고’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특히 김 고문은 이런 주장에 돌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인재유출을 꺼냈다. 그는 “사회가 불안하면 제일 먼저 외부로 튀는 것이 자본이고 인재(두뇌)”라며 “자녀는 외국에 내보내고 이민도 늘고 돈도 빠져나가는 현상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사립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문 정부의 ‘평등교육’ 이념이 노골화되면서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는 일은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김 고문은 “한국은 이미 두뇌해외유출 지수가 2018년 조사 대상 63개국 중 최하위권인 41위로 내려앉았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세계인재보고서)”며 “과학기술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서 국외 취업 희망자가 47%이고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딴 한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미국 잔류를 희망했고 실제로 절반가량이 남았다’고 했다”고 썼다.

이어 김 고문은 “저마다 나가거나 내보내려고 하고 가면 돌아오지 않는 두뇌 공동화 상태에서 한국의 지적 총량은 줄어든다”며 “한국은 어쩌면 ‘머리’가 빈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교육관계자들이 지난 7일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자립형사립고 등의 일반고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영상 갈무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교육관계자들이 지난 7일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자립형사립고 등의 일반고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에 교육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19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황당하다”며 “‘평등교육’ 이념 탓에 우수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논리는 견강부회도 이 정도면 병적인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기초하여 ‘늘어날 것’이라고 불안을 조장하는 글쓰기의 인지수준에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헌법정신을 수호하겠다는 것이 어찌 우수인재 유출과 연관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논평했다.

정 대변인은 “우수인재 유출은 고급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대학사회에서 교수 자리를 자신의 퇴임 후를 대비하기 위해 제자만을 후임 교수로 앉히려는 페쇄적 대학사회 동종교배의 적나라한 현실에 기인한다”며 “일반고 중심의 고교체제개편과 우수인재 유출은 하등의 상관성도 없다”고 반박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38면 김대중 칼럼.
▲ 19일자 조선일보 38면 김대중 칼럼.

정 대변인은 “입시교육 위주의 자사고,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국가의 우수인재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가정은 기본적 배경과 사실부터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과 연동되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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