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신임 보도국장 후보자 노종면 앵커가 ‘사스마와리(경찰서 방문 취재 관행 일본식 표현)’ 중심의 취재 관행을 바꾸고 의미없는 속보 경쟁은 과감히 포기한다는 보도국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언론계 낡은 관성을 벗어나 사안 중심의 원격 취재를 강화해 콘텐츠 질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노 앵커는 18일 발표한 보도국 운영 계획에서 “이렇게까지 세세할 필요가 있을까 여길 정도로 구체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원칙과 방향 모색은 이미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며 모호함으로 평가를 우회할 생각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라며 “누구도 ‘방향’을 모르지 않는다. 이제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 앵커는 우선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를 공언했다. 노 앵커는 “사회 민주화, 언론 민주화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지금은 정의와 진실의 관점에서 불리한 세력이 ‘기계적 중립’을 요구한다”며 “기계적 중립과 구별해 기회·접근·형식의 형평은 견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 앵커는 동시에 “YTN이 스스로 ‘입장’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사기업이 아닌 공적 언론사는 숨겨진 사실들을 드러내고 의미와 맥락을 짚어줌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입장을 갖는 데 근거와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다만 YTN은 사실에서 맥락으로 나아가는 시도에 지나치게 조심스럽다”고 적었다.

▲노종면 YTN 보도국장 후보자. 사진=YTN 제공
▲노종면 YTN 보도국장 후보자. 사진=YTN 제공

 

노 앵커는 낡은 ‘사스마와리’ 관행을 바꾸고 출입처 취재 방식의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그는 “언제까지 일선 경찰서 하나하나를 샅샅이 훑는 것이 ‘사스마와리’의 기본이고 젊은 기자의 숙명이어야 하는지, 마와리도 모자라 하리꼬미(기자들의 경찰서 숙식 관행 일본식 표현)까지 해야만 기자의 소양이 쌓이는 것인지, 과도한 중압감 속에서 젊음과 혁신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구나 해봤을 고민과 의문을 이제는 풀어헤쳐서 새로운 취재/보도 방식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라 말했다.

노 앵커는 이에 국회팀의 경우 “받아치기 방식의 지도부 회의 취재를 확 줄이고 ‘정보의 바다’ 의원회관 취재, 상임위 취재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법조팀에 대해선 “취재 비중이 검찰 수사에서 공판 중심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지금 당장 검찰 직접 취재를 포기하자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당면한 ‘세월호 재수사’ 등에 취재력을 집중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속보 우선주의’를 과감히 포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노 앵커는 “‘1보 물먹었다’고 질타하는 문화를 과감히 바꾸겠다. 중요 일정과 발표, 보도자료 등을 챙기되 취사 선택을 하자는 것이고 ‘모든 것을 커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라며 “‘속보(速報)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대신 집중하기로 선택한 사안은 깊고 다양하게 속보(續報)를 만들어내도록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노 앵커는 이와 관련 “출입처 방문 취재를 최소화 하고 원격 취재와 통신 기사 리라이팅, 인용 보도의 비중을 높이겠다”며 “발표와 발생 기사 자체로 차별화 경쟁을 벌이는 시대는 지나갔다. 발표와 발생에서 파생되는 심층, 기획, 속보(續報)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노 앵커는 “40대 초반의 ‘신중한 젊음’을 보도국 전면에 세우겠다”며 조직 개편도 시사했다. 노 앵커는 “저는 갓 마흔에 팀장을 맡아 뉴스 제작과 진행을 책임졌다. 지난 10여 년 보도국의 중추를 담당했던 분들 상당수가 40대 초반부터 간부를 맡았고 30대 후반 사례도 여럿”이라며 “조직 전반의 나이가 ‘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국 간부 그룹의 평균 나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겠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노 앵커는 전문 앵커 육성, 새벽·심야뉴스 근무형태 합리화, 뉴스 편집 강화 등의 계획도 밝혔다. 노 앵커는 “YTN 내부에서 앵커는 ‘진행자’로 인식된다”며 “하자 있는 기사와 멘트를 수정할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 스스로 질문 원고를 작성할 수 있는지 여부, 스스로 보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앵커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 앵커는 새벽 뉴스 편집팀이 매일 새벽 3시께 출근하고 있는 게 비정상적이라며 2개 팀이 주 4일 근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TV 시청자에 맞춰 생산되고 있는 콘텐츠를 온라인에서도 ‘먹히게’ 하는 ‘온라인 편집’에서 ‘과도기의 길’을 찾겠다”며 온라인 콘텐츠 편집 및 뉴스 편집 역량 강화도 꺼냈다.

노 앵커는 “소비자를 공유자로 규정하자”는 인식 전환도 언급했다. 노 앵커는 “(뉴스 소비자) 상당수가 소비를 해보고 누군가와 공유한다. 양적으로는 여전히 단순 소비가 많지만 파급력을 고려하면 공유에 비할 수 없다”며 “우리도 공유자가 돼야 한다. 시민 사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평과 콘텐츠들을 모니터링하고 취사 선택해 YTN 콘텐츠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기관, 타 매체와의 협업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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