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PD. 그는 음악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았던 황태자에서 ‘피디픽’으로 상징되는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다. 안 PD가 구속되자 언론이 내놓은 반응도 비슷하다.

CJ ENM은 ‘이보다 더 완벽한 포맷은 나올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듀스 시리즈를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연습생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해 광고 수익을 얻고, 연예 기획사와 음반사는 이들의 앨범 판매와 해외 투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공정함’은 낄 틈이 없었다.

지난 2016년 프로듀스101 첫 방송을 시작할 때 음반과 음원 매출이 급부상했다는 뉴스가 주를 이뤘다. 서버이벌 음악 프로그램의 지평을 넓힌 기획력을 발휘했다며 안준영 PD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자가 됐다.

현재 안준영 PD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배신감이 짙게 묻어난다. 하지만 과거 안준영 PD는 철저히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안준영 PD를 비난하고 있지만 그를 띄웠던 것도 언론이었다.

지난 2018년 9월 이코노미 조선은 “프로듀스48로 배우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 기사를 냈다. 주요 내용은 국내 음악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프로듀스 세번째 시리즈인 프로듀스48이 한국과 일본,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기사는 “프로듀스48의 사례에서 보듯 일본과의 원만한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본질과 목표에 대한 집중, 그리고 실리를 챙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고 끝을 맺었다.

이어 “한국 아이돌 산업의 신체인저 된 ‘프로듀스’ 시리즈_투표권을 쥔 시청자가 홍보까지 도맡았다”라는 기사에서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었다. 생방송 공개 투표를 통해 시청자들이 능력있는 연습생을 매회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며 “실시간 투표와 별도로 시청자가 연습생을 응원하고, 거기에 연습생이 반응하고, 나아가 연습생이 더 좋은 성과를 내면, 그에 고무된 시청자가 더욱 열렬히 연습생을 응원한다. 즉 프로듀스는 제작사가 따로 거액의 홍보비를 투입하지 않더라도 시청자가 알아서 프로그램을 알리고 후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2018년 9월 이코노미 조선의 기사.
▲ 2018년 9월 이코노미 조선의 기사.

그리고 안준영 PD를 “프로듀4스 시리즈 만든 일등 공신,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소개했다. 이코노미 조선은 프로듀스101 시즌1을 마치고 진행한 안준영 PD 인터뷰 내용 일부를 인용했다.

“(방송에 출연할 연습생들과의) 사전 미팅에서 한 연습생에게 ‘본인에게 연습생이란 어떤 의미인가요’라고 물었다. 연습생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그만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라고. 숱한 서러움과 고통에도 훗날의 성공만을 꿈꾸며 이를 악물고 감내했던 지난날, 모두에게 한 번쯤은 있었을 그 느낌을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했다. 이날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연습생 시절을 상기시킬 수 있는 요소를 프로그램에 녹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안 PD는 또한 시청자들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시청자 투표는 연습생의 최종 데뷔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안 PD 주변에서는 그의 장점으로 냉정한 자기성찰과 자기변신 능력을 꼽기도 한다. 또 실패를 하더라도 같은 실패를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오기’가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보도했다.

안준영 PD는 국내 음악산업을 증흥시킨 성공신화 주인공으로만 그리면서 ‘피디픽’이라는 불공정한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6월 한 언론은 “‘프듀2’ 안준영, 피디픽 존재할 수 없는 이유”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팬덤이 커갈수록 분량에 대한 요구나 편애에 대한 우려 등이 있었다. 피디픽(PD가 원하는 멤버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준영 PD는 “피디픽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 이유가 제작진만 38명이에요. 제가 누군가를 밀어주면 제작진 사이에도 소문이 나겠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마음속에서 누구를 가장 아꼈는지 말하지 않아요. 각 기획사에서 보낸 소중한 아이들이고 인지도를 쌓고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게 저희 일인데 특정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죠”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또 다른 언론의 “프듀101 말많은 ‘픽’제도…PD픽은 없어요”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안준영 PD는 “PD픽은 있을 수 없다. PD 한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해당 매체는 “안준영 PD의 연출 스타일은 사람 냄새나는 휴먼 다큐형이다”거나 “안 PD는 ‘프듀’에 참가한 모든 연습생에 대한 애착이 있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올해 11월 해당매체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명은 투명성이지만 엠넷은 흥행에만 골몰, 방송윤리마저 저버렸다. 시청자들은 담당 PD가 편집과 분량으로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한다는 ‘피디 픽(pick)’ 정도의 과도한 개인적 재량만 있는 줄 알았지만, 조직적인 투표 조작이 이뤄져 충격을 더했다”고 보도했다.

‘피디픽’이라는 말은 프로듀스 시리즈 내내 회자된 말이었지만 언론은 안 PD를 의심치 않았다. 오히려 불공정 의혹을 본격 제기한 건 한 누리꾼이었다. 현재 언론은 안준영 PD를 ‘배신자’로 그리고 있지만 안 PD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콘으로 치켜세운 것도 언론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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