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추방한 사안을 놓고 일주일째 총공세를 폈지만, 쏟아붓는 노력에 비해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7일 사안이 터진 후 최고위원회, 원내대책회의 등에서 매일 공세를 펴고, 심지어 ‘북한 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 TF’까지 꾸리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해당 상임위인 외통위에서 한국당 공세에 반박 질의 정도만 할 뿐 이 문제를 두고 흔한 대변인 브리핑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대꾸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국정조사 공세가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당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최초 보고를 미묘하게 왜곡해 공세를 편 측면이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7일 북송이 이뤄지자 11일까지는 단순 은폐 시도나 16명 살해를 믿기 어렵다는 등의 의구심을 드러내며 대응했다. 하지만 북송 과정 의구심이 보수 언론에서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지자 12일부터는 홍콩 시위 사태의 촉발점인 범죄인송환법과 빗대며 국정조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콩 사태가 촉발하게 된 계기가 이른바 범죄인송환법이다. 저는 ‘북한 주민 북송과 관련해 우리와 무관한 일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해봤다”며 “최근 강제 북송된 북한 주민들이 분명히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귀순 의향서를 자필로 썼다는 보도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국민이 되는데, 국민을 자유와 인권이 없는 무시무시한 북한 땅에 그대로 보내버린 그런 형국이 되어버린다”며 국회 정보위, 국방위, 외통위를 열고 부족하면 국정조사라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은재 정보위 간사나 백승주 국방위 간사도 국정조사를 언급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진행된 정책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관련 상임위 조사를 당부하고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 TF도 꾸리겠다고 밝혔다.

13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나 대표를 비롯해 발언한 중진 의원 8명 모두 더욱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14일 최고위원회에서도 대부분 최고위원이 북송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14일 오후엔 나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해 ‘북한 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 TF 회의’를 열어 재차 국정조사 추진을 요구했다.

▲ 지난 1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한  ‘북한 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 TF 1차 회의’
▲ 지난 14일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한 ‘북한 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 TF 1차 회의’ (사진 = 미디어오늘 영상 캡쳐)

미묘하게 사실관계 틀어진 북송 대응 기본전제

문제는 한국당의 이 같은 강경 드라이브의 기본 전제가 이미 통일부 장관의 7일 외통위 보고를 무시하고 사실관계를 미묘하게 왜곡해서 나온 발언들이라 데 있다. 한국당의 강제 북송 문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예결위원회에서 “진술 과정에서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북송 선원들이 한 말의 시차를 섞어 왜곡한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송 선원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김책항 귀환 과정에서 나눈 말이었다. (나포 후) 합동 심문조사 과정에서는 줄기차게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도대체 왜 김연철 장관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김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예결위 발언은 이들이 김책항으로 갔다가 도망친 배경을 전하며 북송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다 나온 말로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 김 장관은 앞서 7일 외통위에서 “추방된 인원들은 살해 범죄 후에 당초 자강도로 도망갈 것을 계획하고 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을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합의했다고 진술했다”며 이들이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가 NLL 해상으로 도망 온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전날 외통위에서 한 더 상세한 보고는 아예 무시하고 8일 예결위 발언에서 맥락을 빼고 물고 늘어진 셈이다.

한국당의 두 번째 전제는 이들이 심문 과정에서라도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북송이 아니라 우리 법원에서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현행법의 미비로 법률단체에서도 서로 해석이 엇갈릴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혔어도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정부가 수용한 경우만 북한 이탈 주민으로 보는데 이들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보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특히 이들이 해군 발견 후 NLL 이북으로 도주했다 다시 남하 후에도 이틀 동안 해군 통제에 불응하고 귀순 의사도 표시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NLL 북쪽과 남서쪽으로 도주를 시도한 것은 귀순자가 아닌 흉악범의 도주로 볼 여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김연철 장관은 15일 외통위 회의에서 “헌법 3조와 관련해서 이들이 잠재적 국민은 맞지만, 법을 적용할 때는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최소 절차인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라는 절차를 거쳐 북한 이탈 주민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고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했다는 한국당 주장을 두고도 김 장관은 “첩보 등을 통해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신했지만, 재판에 기소해 형사적 재판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합동 심문은 행정조사일 뿐이고, 그야말로 수사를 위해선 증거나 관련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을 거친다면 기소를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현실적으로 16명 살해 혐의자들을 재판도 없이 국내에 풀어주게 되는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우리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고, 합동 조사 결과 귀순에 대한 진술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추방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날 외통위에선 살해 혐의자들을 북한으로 잘 보냈다는 한국당 의원도 있었다. 김무성 의원은 “‘이런 나쁜 놈들은 대한민국이 받을 수 없어서 보냈다’고 당당히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거짓말을 하느냐. 나는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흉측한 놈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서 되나? 이걸 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을 못 하느냐?”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