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과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올해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 38회분 2090분 분량의 스크립트를 전수 분석해 ‘편향’을 찾아냈다고 한다. 

지난 13일자 ‘조국 271 박근혜 90회 언급…한국당 “저널리즘J, 한쪽만 공격”’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에 등장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조국(271회)·노무현(139회)·문재인(101회) 등 인물 언급 횟수에 대한 양적 분석이 등장한다. 하지만 언급 횟수만으로 내용의 편향성을 가늠할 순 없다. 이런 식의 접근은 언급 횟수 4위 박근혜(90)를 10위 전두환(39회)보다 우호적으로 다뤘다고 보는 것과 같다.  

중앙일보는 “주제별로 여권 인사나 청와대 비판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이 다수였다”고 보도하며 특히 조국 정국 당시인 9월1일부터 10월13일까지 ‘저널리즘토크쇼J’가 7회 방송 중 6차례나 조국검증 보도를 비판하는 주제로 편성한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도량’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등장할 만큼 조국 보도가 유례없이 많았던 시기,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이 오히려 조국 이슈를 피했다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 11월13일 중앙일보 기사.
▲ 11월13일 중앙일보 기사.

‘저널리즘토크쇼J’가 조국 전 장관에게 편향되었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검증과정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편향됐다는 주장을 하려면 방송 과정에서 특정한 사실 또는 사실관계를 일부러 제외하거나 한쪽의 입장만 제시했는지를 봐야 한다. 또 비평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졌는지도 봐야 한다. 비평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유의미하려면 비평의 관점보다는 관점에 도달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했다. 

결국 관건은 비평의 논리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사에선 해당 방송의 비평 논리에 대한 분석적 대목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윤상직 의원은 해당 기사에서 “철저히 진영논리에 매몰돼 한쪽 진영만 공격한다”며 ‘저널리즘토크쇼J’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보고서 결론이 “프로그램 폐지”라고 강조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허겁지겁 구성된 보고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11월13일 중앙일보 사설.
▲ 11월13일 중앙일보 사설.

더 큰 문제는 보고서 원문을 다른 기자들이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흔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고, 윤상직의원실은 15일 통화에서 “보고서가 따로 없다. 보도자료도 없다”며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줬다. 타사 기자들 역시 “보고서 입수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도 이 보고서를 입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사를 쓴 중앙일보 기자에게 15일 통화에서 보고서 공유를 부탁했지만 “윤상직 의원실에 문의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이 기자는 “보고서를 윤상직 의원실로부터 받았으며, 지면의 한계 때문에 기사에 담지 않은 보고서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다른 의원실과 작업에서도 언론홍보는 의원실 권한이었다. 연구원에서는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에게는 4년 전 아픈 기억이 있다. 4년 전 포털이 편향됐다며 내놓았던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공개했다가 “학부생 리포트 수준”이라는 촌평이 나올 정도로 분석 대상 수집부터 분석방법까지 허점 가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사 내용이 아닌 기사 제목만 분석하면서 자의적으로 ‘긍정·중립·부정’을 나눴다. 그 결과 ‘지명수배자 풀어준 뒤 다시 체포한 어수룩한 경찰’이란 제목의 기사가 정부·여당 비판기사로 분류됐다. 

당시 이 황당한 보고서는, 비극적이지만 당시 MBC와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애초 ‘목적’을 달성했다. 포털은 위축됐다. ‘디테일’은 필요 없다. ‘이미지’만 남기면 된다. 보고서를 구하기 난망한 지금 상황은 한국당이 당시 경험을 ‘반면교사’ 삼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문스럽다.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출연진.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출연진.

중앙일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번 기사는 KBS를 위축시키기 위한 특정 정파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KBS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의원은 조만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할 수 있다. “중앙일보 기사 보셨어요? 거기 보면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조국 수호 방송을 했어요.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방송을 하는데 수신료 줄 수 있겠어요? 대답해보세요!”

정파적 언론(partisan media)은 소위 ‘걸러내기’(필터링)와 ‘틀 짓기’(프레이밍)로 편향되게 보도하는 언론을 가리킨다.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의 편향을 지적하려던 중앙일보가 오히려 자유한국당측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정파적 언론의 전형을 보여줬고, 그 결과 스스로 비평의 대상이 되길 자초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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