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노동법으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4차산업혁명, 혁신 등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새롭게 생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민주노총이 14일 서울 종로 변호사회관에서 주최한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해외 법·제도와 한국적 함의’ 토론회에서 양승엽 연세대 법학연구원은 프랑스의 노동현실을 살폈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프랑스는 특정 직업군에 대해 특칙을 규정했다. 일부 직업군의 계약은 근로계약과 같이 취급해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이 중 직업언론인에 대한 특별 규정이 있다. 직업언론인이란 언론사에 소속해 보수를 받는 이들 뿐 아니라 통신원도 보수가 고정돼 있거나 편집자·만평가 등 ‘유사한 자’, 여러  통신사에서 일하는 언론인 등도 직업언론인으로 간주했다. 

직업언론인엔 프리랜서 등 비정형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들도 있는데 프랑스 노동법전에선 이를 근로계약으로 추정한다. 근로계약으로 추정되면 노동법전의 일반원칙이 적용되고 여기엔 해고예고 등을 포함한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특히 해고수당 관련 특칙을 보면 사용자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해고수당을 지급하고 노동자가 15년을 초과해 근속했을 경우 중재위원회를 꾸려 보상금(해고수당)을 결정한다. 직업언론인(노동자)이 먼저 계약을 파기해도 사유가 있다면 해고수당 관련 조항을 준용한다. 

최근 방송작가들이 노조를 만들어 프로그램 개편 등을 이유로 방송사 쪽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통보하는 관행을 없애려 노력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프랑스는 사업장 내에서 프리랜서 언론인, 재택근로자 등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직접 받지 않지만 경제적으로는 의존하는 직군 등에도 사회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한다. 한국에선 프리랜서 언론인들이 실질적으론 언론사(사용자)에 지휘명령을 받는다고 알려져 이 부분에서 논쟁이 발생하지만 프랑스는 이들이 경제적으로 언론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본다. 경제적 의존이 사회보험 적용을 정당화한다는 시각이다. 

프랑스에서도 원칙적으로 이런 직군은 사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프랑스 대법원은 노동의 현실적 측면과 고용불안 등을 고려해 사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근무장소와 시간, 업무지시와 보고 등이 있다면 이를 적용하기 더 쉽다고도 했다. 즉 한국의 대다수 프리랜서 언론인 정도라면 프랑스에선 사회보험·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명 플랫폼 기업인 우버 문제도 다뤘다. 심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기업 우버(Uber) 문제로 영국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살폈다. 

영국 고용심판소 심리가 있던 2016년 기준 런던에선 약 3만명, 영국 전체 4만명의 운전기사가 있었는데 원고(우버의 전·현직 기사)들은 우버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아 구제를 신청했다. 우버는 원고들이 이런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노무제공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여기서 ‘노무제공자(worker)’는 좁은 의미의 노동자(employee) 개념에 노동자가 아닌 사람 일부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영국 대법원은 노무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되는 정도,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의 계약이 독립 사업단위 계약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노무제공자가 둘 이상의 사용자를 위해 일하더라도 법문의 조건이 충족되면 노무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변화한 노동현실을 반영해 노동법상 노동자보다 넓은 개념으로 특수고용 노동을 포함하는데 한국에는 이 노무제공자 개념이 없다. 영국은 최저임금법 등을 노무제공자에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고용심판소는 원고들이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항소고용심판소는 지난 2017년 11월 우버의 항소를 기각했고, 지난해 12월 고등법원 역시 우버의 항소를 기각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 우버 로고
▲ 우버 로고

 

구체적으로 고용심판소는 우버가 기사를 면접해 채용하며, 우버가 승객의 이름·연락처·목적지 등을 통제하고 운전기사는 이런 정보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이유로 우버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고용심판소는 우버기사들이 앱에 로그인해서 로그아웃하기까지 시간 전체가 노동시간에 해당한다며 최저임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고용심판소와 고등법원은 로그인을 했지만 우버가 아닌 다른 회사에도 대기상태로 있을 땐 노무제공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을 달았지만 우버기사들을 노무제공자로 봐야 하고 로그인했을 때 노무제공상태로 봐야 한다는 기본입장은 같았다. 

이에 심 교수는 “영국의 경험을 보면 한국에서 플랫폼 노무제공자가 개별 근로관계에서 노동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각 조항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영국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유는 “영국은 노무제공자를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등에 한정해 적용하지만 한국에선 개별 근로관계 모든 조항에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라서다. 

한국에선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면 거의 보장받는 권리가 없다.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현실에 맞는 보장 수준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