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인당 ‘세금을 내지 않고’ 받는 활동비가 연간 4700여만원이라는 탈세 제보가 국세청에 접수됐다. 수년 동안 법적 근거 없는 특혜로 지적돼 온 비과세 활동비 얘기다. 녹색당은 13일 탈세 제보서를 접수한 뒤, 부당한 특권과 남용 예산 폐지부터 국회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기준 국회의원 한 명이 받는 입법활동비는 월 313만6000원으로 한 해 동안 3763만2000원, 특별활동비는 평균 940만8000원으로 추산된다. 두 활동비를 합한 4704만원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연봉 1억5200만원의 약 3분의1이다.

녹색당은 “(비과세 활동비로) 내지 않은 세금을 계산하면 국회의원 1인당 1811만400원(소득세율 35% 적용에 주민세 포함)으로 추정된다. 300명 국회의원을 합치면 탈세 규모는 연간 54억3312만원에 달한다. 4년 임기 동안 이렇게 안 내는 세금을 계산하면 1인당 7244만1600원에 달한다”며 “그러나 관련 법령을 찾아보면 이렇게 세금을 안 낼 근거가 없다. 소득세법 시행령상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되는 ‘실비변상적 성질의 급여’에는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녹색당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벼활동비에 즉각 과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수막 양 옆에 '밑 빠진 국회'를 상징하는 큰 독이 놓여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녹색당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벼활동비에 즉각 과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수막 양 옆에 '밑 빠진 국회'를 상징하는 큰 독이 놓여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비과세는 정말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노동자들 식대, 여기 기자들 취재수당도 다 과세 대상이다. 의원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어딜 봐도 비과세 언급 자체가 없는데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도 문제가 많다고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제껏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 위원장은 “국세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물어봤더니 원천징수 의무기관인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무책임한 해명만 돌아왔다. 공무원들이 받는 직급보조비도 과세 대상인데 왜 의원들이 받는, 웬만한 노동자 연봉에 달하는 활동비 세금은 걷으려는 노력하지 않느냐”며 “고질·관행적 탈세, 국세청도 묵인해 온 탈세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제보했다. 국세청은 철저히 조사하고 응당 소득세를 추징해야 한다. 최소 제20대 의원들이 내지 않은 소득세를 추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거대 정당’을 향해 의원정수를 확대할 게 아니라 특권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위원장은 “선거제 개혁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논란되는 부분이 의원 수 확대다. 30명 늘리면 30억원이 늘어난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의원들이 법적 근거 없는 비과세로 1년 동안 내지 않는 세금 54억원만 제대로 거둬도 의원을 더 뽑을 수 있다. 왜 특권을 폐지하지 않고 (의원 수) 늘리는 건 어렵다는 얘기만 거대정당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제대로 국회를 개혁하려면 비과세 혜택 뿐 아니라 특권을 없애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게 선거제 개혁 완수를 위해 책임정당으로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 녹색당 제공.
▲ 녹색당 제공.

녹색당은 국회를 ‘밑빠진 독’에 비유하며, 국회 정문 앞에서 큰 독 세 개와 함께 하 위원장을 시작으로 1인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1일1회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예산 가운데 불필요하거나 증액된 부분을 고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본인 역시 비과세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사무처 결정 사안이 아니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지난 2016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비과세 수당 문제를 제기한 뒤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운영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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