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불법사찰로 수집한 정보가 여전히 국가정보원에 남아, 이를 당사자에게 공개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국회에서 박홍근·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내놔라내파일운동본부 주관으로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폐기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내놔라운동본부는 시민 550명과 34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약칭이다.

지난 2017년 6월 출범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정치사찰 공작을 밝힌 이래 시민사회는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청구 및 소송을 진행해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을 원고로 한 사건에 ‘정보 전부공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 9월 명진스님(전 봉은사 주지)의 청구는 일부 인용, 김인국 신부(전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 청구는 기각했다.

명진스님 승소로 확정된 정보공개 건은 판결 취지대로 정보공개 청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곽 전 교육감 등을 원고로 한 사건은 국정원이 항소를 제기했다.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불필요하고 무익한 항소”라며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지난한 소송으로 (정보를) 빼앗아보라는 태도는 아직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변하지 않은 국정원을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 12일 국회에서 박홍근·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내놔라내파일운동본부 주관으로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폐기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12일 국회에서 박홍근·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내놔라내파일운동본부 주관으로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폐기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불법사찰 피해자들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감내해야만 수집된 자신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000명 가까운 청구인 중 4명만 대표로 소송을 한 이유도 이 같은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소송은 2018년 4월 제기돼 2019년 8월9일에 선고됐다. 한 사건은 항소심 진행 중이라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다. 이 상태까지 오는 데 약 2년이 못 되는 시간이 걸렸다”며 “이 같은 비용·시간·국정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부담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이 소송 과정에서 정보공개 대상으로 인정되고 있는 정보들을 일괄적으로 공개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며, 국정원 스스로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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