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동조합이 “기존 지상파 문법에 갇혀 하던대로 해선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미래 혁신보고서를 제안했다. SBS노조는 사장 임명동의 투표를 앞두고 10가지 제언을 기준으로 대주주에게 “혁신 리더를 차기 사장으로 추천하라”고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SBS 노조)는 12일 노보에서 미래위원회가 뽑은 10가지 제언을 공개했다. 미래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각 부서 16명이 모인 논의기구로 혁신보고서를 만들었고 SBS 노조는 지난 8일 이를 의결해 “대주주와 경영진이 조직혁신 10대 제언을 빠짐없이 수용하라”고 했다. 

10대 제언은 △주니어 CP(책임프로듀서)제도 도입 △콘센트 스타트업으로 조직구조 전환 △프로젝트 중심 성과 평가, 인센티브 제도 합리화 △홍보 마케팅 협찬 기능 강화 △기획기능 강화 △지상파에서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지상파 관행 타파하는 편성 혁명 △콘텐츠 투자 공격적 확대 △상임감사제 부활, 윤리경영팀 독립 △리더십 쇄신 등이다.

▲ SBS노조는 지난 7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미래위원회 혁신보고서와 노조 결의안을 의결했다. 사진=SBS 노보
▲ SBS노조는 지난 7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미래위원회 혁신보고서와 노조 결의안을 의결했다. 사진=SBS 노보

 

특히 주니어 CP제도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8090(년대)세대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채 위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이행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현재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세대에게 선택권을 일부 이양해 OTT와 유튜브를 넘나들 수 있는 새로운 제작 문법을 실현할 날개를 달아줘 보자”는 취지의 제도다. 

SBS가 디지털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도 나왔다. SBS 노조는 “EBS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최근 ‘펭수’라는 캐릭터를 개발해 모든 플랫폼을 섭렵하는 공전의 히트작을 키웠는데 제작국 7년차 PD가 만든 작품”이라며 “JTBC의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인 룰루랄라 스튜디오에서도 ‘워크맨’과 ‘와썹맨’ 시리즈를 성공 런칭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SBS에선 디지털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기존 지상파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연결된다. SBS 노조는 “다매체, 다플랫폼 시대가 도래했지만 우린 여전히 지상파 중심의 경직된 편성에 얽매여 있다”며 “2049를 넘어 보다 정밀한 타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상파 시청률은 더 이상 경쟁력의 절대 지표가 아니”라며 “화제성과 마니아들은 지상파 외곽에 더 두텁게 존재한다. 이를 위해 다플랫폼을 포괄하는 편성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과제들을 위해 SBS 노조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했다. SBS 노조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은 SBS의 미래 30년을 구성하는 난해한 작업”이라며 “단기실적주의와 의사독점, 조직의 관료적 퇴행을 불러오거나 그에 의존해 유지한 낡은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BS는 오는 18일부터 3일간 사장 임명동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SBS 노조는 “리더십 쇄신은 경영진을 구성할 권한을 독점한 대주주의 책임이며 벼랑 끝에 선 SBS 리더십 쇄신 여부는 대주주 자격을 묻는 또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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