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년 반 동안 2.6일에 한번씩 지역과 현장을 찾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총 349회 지역과 현장을 방문해 총 이동거리가 5만9841km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국을 다니며 국민과 열심히 소통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수치다. 문 대통령은 전국을 순회한 경제투어에서 각 시도 숙원사업을 해결해 균형발전 의지를 확고히 했고 균형발전프로젝트(23개, 24.1조원)로 구체화했다고도 했다. 언론은 이 소식을 전하며 349회와 5만9841km를 강조했고, 이 거리를 환산하면 지구 한바퀴 반이라고도 했다.  

청와대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재인정부 2년 반,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란 책자를 보면 이번 정부 외교실적을 홍보하며 대통령이 방문한 총 거리가 37만4696km, 지구 9바퀴(지구 한바퀴를 4만km로 계산)에 해당한다고 했다. 책자에 따르면 주변 4국과 정상회담 횟수는 24회, 대통령의 해외순방 총 횟수는 42개국 23회였다. 

이 소식은 연합뉴스 “文대통령, 취임 후 지구 9바퀴 돌아…숫자로 보는 전반기” 등 언론에서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임기 전반에 해외순방차 총 25만8000여km를 이동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이동거리가 11만km가량 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뉴스토마토는 “문 대통령 11월 ‘지구 한 바퀴’ 광폭행보”란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해외 행보를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했다가 5일 방콕 공항에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했다가 5일 방콕 공항에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과거 정부에서도 이런 보도는 있었다. 동아일보 2015년 12월26일 “집권 3년간 지구 10바퀴… 41개국과 정상외교”를 보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취임후 3년간 42만1600km를 해외순방으로 다녀 지구 10바퀴를 돌았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만 10만600km를 돌았다. 박 전 대통령은 3년간 41개국 55개 도시를 방문했다. 파이낸셜뉴스는 2014년 2월23일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알리며 “‘지구 두바퀴 반’ 돌며 70차례 정상외교”란 기사를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무리한 일정으로 몸이 아팠다는 보도도 있었다. 2015년 4월27일 한국일보는 “지구 한 바퀴 거리, 박 대통령·참모진 몸살에 링거 맞아”에서 “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을 태운 전용기는 27일까지 9박12일 간 4개국을 돌며 약 4만3000km를 이동했다. 지구 한 바퀴(4만 75km)보다 긴 거리였다”며 “빡빡한 일정 탓에 박 대통령 편도선이 붓고 열이 올라 링거와 주사를 맞았다”는 민경욱 당시 대변인 발언도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구를 많이 돌았다. 2013년 2월19일 중앙일보 “지구 22바퀴 뛴 MB, 靑 떠나 국민속으로…”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국내외를 통틀어 3842회, 일평균 2.1회의 행사를 소화했다. 이는 지난 참여정부의 2.5배, 국민의정부 대비 2배, 문민정부 대비 3.1배 수준이다. 중앙일보는 “국내외를 통틀어 계산한 이동거리도 지구 22바퀴에 달하는 88만2508km로 역대 최장”이라며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열심히 뛴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비행기. 사진=pixabay
▲ 비행기. 사진=pixabay

임기 절반을 지낸 문 대통령이 지구 9바퀴를 돌았는데 이 수치가 박 전 대통령 이동거리보다 많다고 하니 이 추세대로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장기록은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동거리 경쟁으로 보면 이 전 대통령이 가장 열심히 뛴 대통령이다.  

청와대 참모진 입장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대통령 일정을 피부로 느끼고 이를 홍보하고 싶을 수 있다. 경쟁하듯 이동거리를 홍보하고 지구를 많이 돌면 언론에서 ‘열심히 뛴 대통령’이라고 불러주지만 국민들은 이를 곧 좋은 지도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대통령 해외순방, 지구를 몇 바퀴 돌았는지 등을 전하는 기사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민혈세로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 ‘뭘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국내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살에 걸렸다는 뉴스에는 ‘왜 대통령이 몸 관리도 제대로 못했느냐’ ‘대통령 건강은 안보 사안이다’라는 반응까지 있었다.  

정권마다 청와대 참모진은 ‘열심히 뛴 대통령’의 모습을 홍보하고 출입기자들도 이를 전하고 있지만 이동거리를 늘리는 방식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뭘 잘했다’는 식의 일방적 홍보 방식이 이제 수명을 다한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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