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정부 등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구 활용이 과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언론중재 조정 신청을 가장 많이 활용한 정당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김성태 의원으로 나타났다.

언론인권센터는 8일 토론회를 열고 국가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실태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공개했다. 정보공개청구 대상은 언론 보도에 반론, 정정 등을 요청할 수 있는 언론중재위원회, 방송과 인터넷 게시글을 사후적으로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국회의원의 경우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언론중재 조정 신청 건수가 66건(2014년 9월19일~2018년 12월24일)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영교 의원 64건(2013년 12월12일~2018년 11월5일), 홍문종 의원 28건(2013년 10월7일~2015년 7월3일), 김진태 의원 26건(2018년 1월2일~2019년 2월25일), 신동근 의원 22건(2016년 9월19일), 나경원 의원 21건(2016년 10월26일~2018년 11월28일), 곽상도 의원 20건(2016년 10월26일~2017년 12월14일) 순이다.

김성태 의원은 한겨레를 대상으로 총 14건의 조정신청을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정보도 7회, 손해배상 7회로 모두 자녀 KT 특혜채용을 다룬 보도에 대한 대응이다. 서영교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결과 무혐의가 나오면서 과거 보도에 대거 조정 신청을 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20일 자녀의 KT 특혜 채용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20일 자녀의 KT 특혜 채용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사 기간(2012년 1월1일~2019년 2월28일) 정당 명의의 언론중재 조정 신청은 91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70건을 자유한국당이 제기했다. 

같은 기간 국가기관은 총 491건의 언론중재 조정 신청을 했는데 경찰 관련 기관이 167건(32%)을 차지했다. 경찰청이 강압적,  인격모독적 감찰을 벌인다는 보도에 반론보도를 요청하거나 경찰 경범죄 처벌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를 하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비서실 외 4인’ 명의로 된 언론중재 조정 신청도 있었다. 2014년 5월 이들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문할 당시 정부 관계자가 구출된 어린이를 현장 동원해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우 정치 현안과 관련한 심의가 많았으며 집권 정당에 따라 심의 대상이 바뀌는 특징이 보였다. 위원이 사무처를 통해 대리 민원을 넣는 청부심의가 적발된 사건도 있다.

▲ 정당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통계.
▲ 정당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통계.

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은 “국가정치권력이 언론행정기관을 이용해 언론에 일정한 압박을 행하고 있다. 국민에게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음에도 법과 규제를 이용해 언론을 대하는 행위에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순 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장은 정부나 정치인 등의 제도 활용은 해당 기구의 설립 취지인 ‘분쟁 해결’, ‘권익 보호’ 등에 맞지 않다며 “명예를 회복하고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하는 것을 넘는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성순 본부장은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심의 신청은 실질적으로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부 주도의 팩트체크 기구화가 되는 결과를 불러올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민간 주도의 팩트체크가 바람직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기구가 관련 역할을 수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 위원 중 6인을 원내정당이 추천한 자를 위촉한다”며 “(국회는) 방통심의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정당에 부여된 다른 권한을 통해 공정한 업무수행에 관여할 수 있어 이외의 정당의 직접 개입은 최대한 절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동찬 처장은 “명예훼손의 경우 구성요건 및 위법성 조각사유 등에 대한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로, 원칙적으로 사법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명예훼손 관련 심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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