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입이 걸었다. 

20년 가까이 경남일반노조 위원장으로 살아온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거리의 거친 말에 익숙했다. 그가 만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거리에서 일하는 지자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몇 년 전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선원노동자들의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정화조, 환경미화원, 선원 등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만나왔던 그는 입이 걸었다. 

그는 2007년 경남 마산시 생활쓰레기 청소노동자 파업을 주도했다. 2009년엔 경남 마산시 정화조 청소노동자 파업도 이끌었다. 지방정부로부터 생활폐기물 처리를 민간위탁받은 업체들이 출근도 안 하는 친인척에게 관리직 자리를 주면서도 현장 청소 인력은 줄이는 기형적 상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경상대 등 대학 청소·경비노동자와 학교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위해서도 싸웠다. 청소·경비 노동자들 노조를 운영하는 건 녹록치 않다. 그 사이 함께 일하던 동료 노조 간부가 과로로 숨지는 아픔도 겪었다. 

이들 대부분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지극히 공적인 업무인데도 지방정부는 민간기업에 위탁해놓고 제대로 관리감독도 안 했다. 지자체 민간위탁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대 중고령 노동자들인데다가 숫자도 적고 곧 정년을 앞두고 있어 큰 산별노조가 품을 들여 노조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전국에 있는 지역일반노조들은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품어왔다. 

미국과 일본에서 유행했던 일반노조 운동이 한국에 들어온 건 2000년 부산일반노조가 출범하고 부터다. 일반노조는 기존 산별노조가 대공장 정규직 중심으로 편재되면서 소외된 중소·영세·비정규직을 묶어 세우려 했다. 일반노조 운동은 100년 전 미국노총 내 AFL(직업별노조)과 CIO(산별노조) 논쟁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선 거대 산별노조가 챙기지 못하는 중소영세 노동자들 노동권을 지키려고 만들어졌다. 

부산일반노조 출범 이후 2~3년 동안 한국에도 지역일반노조 붐이 일었다. 서울, 경남, 울산, 대구, 인천, 중부(강원도)일반노조가 속속 출범한 뒤 2006년엔 전국 21개 지역일반노조가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일반노협)로 모였다. 이 흐름은 2017년 민주일반연맹으로 모아져 민주노총 내 하나의 산별노조가 됐다. 
강동화 경남일반노조 위원장은 전국의 지역일반노조들이 하나로 뭉쳐 만든 민주일반연맹이 발족하자 연맹 사무처장으로 옮겨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지난 8일 청와대 면담을 요구하러 청와대로 이동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검찰은 지난 10일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강 처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조간부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11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조간부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대법원도 한국도로공사에 간접고용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정규직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와 도로공사는 대법 판결에 반성하기 보다는 자회사 고용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자회사 고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는 민주일반연맹이 눈엣가시처럼 보이겠지만 그를 구속하는 게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이제 언론이 그가 제기했던 ‘청소업체 불법’, ‘방문간호사 해고’, ‘분뇨대란’, ‘미화원 쉼터에 샤워기 단 두 개’, ‘쓰레기 소각장 불법’ 같은 공공성 짙은 주제 뒤에 가리워진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까지 들여다 보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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