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업무의 유래

노동자는 우리 헌법에 따라 노동삼권보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단결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종전 노조법은 공익사업 중 필수공익사업에 대해서는 직권중재(강제중재) 제도를 두어 노동자로 하여금 쟁의행위를 수단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는 길을 차단하였다. 직권중재제도는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 오다가 2016년 9월11일 ‘노사정 대타협’을 거쳐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쟁의행위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개정 노조법(2008.1.1. 시행)에서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필수공익사업 중 필수유지업무를 규정하여 필수유지업무에 대해서는 쟁의행위기간에도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게 되었다. 

현행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필수유지업무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말한다. 이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제시하는 최소서비스(minimum service) 개념과 유사한데, 노조법 규정상 ①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업무일 것, ②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것, ③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다소 불편하게 한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한편, 위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기 위한 ①②③의 요건은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현행 노조법은 필수유지업무에서의 파업권을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권을 제한하는 요건을 유연하게 해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의 필수유지업무 범위

노조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신사업의 필수유지업무는 ①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운영·관리업무, ②통신장애의 신고접수 및 수리업무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시행령에서는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정의와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통신장애’의 정의와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운영·관리’업무와 ‘신고접수 및 수리’는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기간망’이나 ‘가입자망’이라는 용어는 노조법을 비롯하여 통신사업을 직접 관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고, 통신사업 내에서도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당혹스럽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가 필수유지업무 매뉴얼(2008)에서 자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 유일한데, 고용노동부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 획정과 관련하여 그 권한을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에 매뉴얼에서 정한 내용은 규범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 결국 노조법 시행령에서 정한 통신사업에서의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통신사업에서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는 그 의미에 관하여 노사 간 합의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결국 구체적인 업무들이 정지 또는 폐지 시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 노동위원회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기준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불편하게’ 할 수 있는지’와는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즉, 노동위원회는 통신사업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그로 인해 공중의 일상생활이 현저히 ‘불편’해지는가 아니라 현저히 ‘위태’로워질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노조법 시행령만으로는 그 구체적 범위를 정하기 어려워서 다시 고용노동부의 매뉴얼을 참고하거나 재량으로 그 범위를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통신사업 영역의 정지 또는 폐지가 구체적으로 공중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제대로 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요컨대, 현재 노조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통신사업에서의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면서도 구체적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고용노동부의 매뉴얼은 규범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 영역에서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지 여부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과연 필요한가

노동자의 파업권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파업은 그 본질이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것이다. 현재의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의행위 제한 체계는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과도하게 넓게 해석한 나머지 파업권의 본질적 부분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필수유지업무가 속해 있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 파업참가자의 50% 범위 내에서 채용, 대체, 도급 또는 하도급이 가능하고, 파업으로 인하여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긴급조정을 통해 파업을 중단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수유지업무를 두어 파업에 관한 추가의 제한을 둔다는 것은 공중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 위험을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중의 일상생활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과점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 전기통신사업자의 영업 이익을 보호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 정의당-공공운수노조-희망연대노조가 지난 9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 개정을 위한 정책협약을 가졌다. 사진=노지민 기자
▲ 정의당-공공운수노조-희망연대노조가 지난 9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 개정을 위한 정책협약을 가졌다. 사진=노지민 기자

[ 관련기사 : “파업권 침해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정해야” ]

그럼에도 통신사업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필요하다면

필수공익사업 직권중재제도를 폐지시킨 의미를 살려 통신사업에서 필수유지업무를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정도, 전기통신역무의 보급 정도, 공공의 이익과 안전, 사회복지 증진, 정보화촉진을 고려하여 ‘보편적 역무’를 규정하고 있고, 보편적 역무의 내용으로 유선전화 서비스, 긴급통신용 전화서비스 등을 정하고 있다. 이는 노조법에서 정한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와 그 의미가 닿아있어 통신사업에서의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정하는데 있어 유의미한 기준이 된다.

둘째,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기간통신사업자는 이용자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교환설비에서부터 이용자까지의 구간에 설치한 선로에 대하여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공동활용에 관한 요청시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보편적 역무’에서 확대하는 경우에도 기간통신역무 제공에 대체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노조법 시행령의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운영·관리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체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단순히 기간통신사업자의 비용문제로 서비스 대체의 어려움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노조법 시행령의 「통신장애의 신고접수 및 수리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통신서비스의 ‘연결’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서비스의 ‘품질’과 관련한 영역까지 포함시키게 되면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지 않는 경우에도 노동삼권을 제약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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