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정의당 입당식을 가졌다. 이 전 의원은 소수자·약자에 관심을 보였던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이 되면서 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목소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이주민의 권리를 이야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입당식 장소인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에 가득한 취재진은 이 전 의원 입당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드러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말씀한 6411번 버스는 구로, 대림, 영등포를 지나 강남으로 간다. 구로, 대림, 영등포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 같이 사는 주민인데 존재가 없다.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 정당일 수 있다”며 “250만 이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4~5% 정도다. 그러니 아직 6411번 버스를 이용하는 이주민의 보편적·기본적 권리에 대해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저는 보편적 기본 권리에 대해 말하고자 했는데, 그 말하는 이가 저라서 왜곡되는 일이 많았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다만 여러분과 한국사람이 되는 과정이 달랐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여러분과 같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응원하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조용히 응원하지 말아 달라. 그 목소리에 저와 많은 분들이 힘을 얻고 모르는 사이에 담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큰 소리로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 달라. 그래야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의당 입당식이 진행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정의당 로고가 박힌 노란 겉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의당 입당식이 진행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 전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에게 정의당 로고가 박힌 노란 겉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새누리당 출신 이 전 의원이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유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제의가 온 곳은 새누리당 밖에 없었고, 가장 어려운 것은 당 자체보다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며 “제가 하는 모든 일이 현미경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에 있었을 때는 저와 탈북자 조명철 의원을 영입하는 등 사회적 약자나 ‘마이너리티’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한국당으로 변한 뒤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상 저는 ‘잠수’를 탔었다. 의원 임기가 끝나고 그냥 손을 놨다. 이번에 다시 활동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저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많은 분들이 다문화가정 인권에 대해 싸우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서로 간 이해가 많이 부족해 일어나는 문제가 굉장히 많다. 2012년도 지금도 다문화 대한민국은 5000만명의 전부다. 전체적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연결끈을 제가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난민과 이주민은 따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민법은 없지만 난민법은 있다. 오히려 법 테두리 안에서 난민이 훨씬 권리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난민도 이주민도, 소수자가 그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때와 지금 한국사회의 ‘혐오’나 ‘차별’ 양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이 IT가 발달되다보니 인터넷에서 나오는 얘기를 기본으로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냐의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다. 이주민 활동 관련은 이주민봉사자와 이주민들만 있다. 이주민이 아닌 다른 분은 관여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바뀌었다는 것보다는 멈춰있다”며 “심각하게 차별과 혐오발언 훨씬 많아졌다는 말은 들었다.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것, 해야 할 숙제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사회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을 반갑게 맞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대 국회 당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인연을 언급하며 “서로 앉아있는 위치는 달랐지만 이주민 삶을 대변하는 이자스민 의원을 늘 응원했다. 당시 이 의원을 만날 때마다 ‘번지 수 잘못 찾았다’ 이런 농담을 했지만 한편으로 많은 부채감을 가졌다. 진보정당이 더 단단하고 강했다면 처음부터 우리는 같이 할 수 있었을 거다. 늦었지만 정의당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두 손 꼭 잡고 나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취업이주민의 노동 인권 보호 △폭력피해 여성 지원 강화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에 따른 이행 등 조치를 이뤄나가겠다고도 밝혔다.

▲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의당 입당식이 진행됐다.
▲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의당 대표회의실에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의당 입당식이 진행됐다. 사진=김용욱 기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전 의원은 2014년에는 ‘이주아동 권리보장법’이란 대단히 훌륭한 법안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여러 심적 고통도 많이 받았고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의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250만 이주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묵묵히 걸어왔다”며 “이 전 의원이 얘기했던 이주민 권리, 아동의 제대로 된 복지를 실현하는 게 정의당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 전 의원의 정의당 입당은 정의당이 이 분야에 대해 더욱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주민의 권리보장을 위해서 이자스민 의원과 정의당 당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국민 앞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여부에 대해 “오늘 입당을 하면서 이주민인권특위위원장이 됐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분명히 알고 있는 건 정의당의 모든 공천은 당원들이 결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 활동을 하고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당원들의 마음과 믿음, 신뢰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 이상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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