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키즈 콘텐츠 유형이 있다. 아이가 다치고, 울고, 아프고, 물건이 깨지는 콘텐츠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유튜브 키즈 채널 ‘루루체체TV’를 운영하는 송태민씨가 말했다. 그 역시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배드 유튜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하자 기꺼이 동참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키즈 콘텐츠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알리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게 존중해주세요 △’영상을 잘 뽑는 것’보다 안전이 우선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주세요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주세요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고 초상권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등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관련 내용을 웹툰으로도 제작했고 협업한 키즈 유튜버들은 영상으로 제작해 올렸다.

‘루루체체TV’의 송태민씨와 세이브더칠드런의 장덕현 미디어팀장을 지난달 30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  루루체체TV 송태민 유튜버(왼쪽)와 세이브더칠드런 장덕현 미디어 팀장. 사진=금준경 기자.
▲ 루루체체TV 송태민 유튜버(왼쪽)와 세이브더칠드런 장덕현 미디어 팀장. 사진=금준경 기자.

-세이브더칠드런이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장덕현= 2017년 아동 체벌, 학대를 옹호하는 방송에 대한 시민제보를 받았다. 어떤 시민이 이 것도 아동학대 아니냐며 유튜브 영상을 제보했다. ‘보람튜브’였다. 아동권리기관으로서 의무라 생각해 고발했고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다. 이후 보람튜브측의 강남 건물 매입이 화제가 됐고 덩달아 우리의 대응이 주목받으며 언론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논란이나 비판은 보이는데 솔루션은 안 보였다. 아동권리 기관으로서 고발에 그치지 않고 캠페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캠페인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제작했나. 
장덕현= 키즈 크리에이터들을 비난하지 않는 방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솔루션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기존 매뉴얼을 비롯해 BBC, KBS 등 방송사가 만든 가이드라인과 윤가은 감독이 영화 ‘우리집’을 촬영하며 만든 아역배우 촬영수칙 등을 반영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김아미 부연구위원의 감수도 받았다. 가이드라인은 부모님이 보시는 것도 의미 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권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유튜버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을 보고 느낀 점은.
송태민= 캠페인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면 조회수가 잘 안나온다. 아이들 입장에서 전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이 출연해 ‘키즈 크리에이터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가이드라인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 내용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은 위험한 연출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서적인 안전도 중요하다. 키즈 콘텐츠에서 도덕적 통념으로는 해선 안되는 일을 할 때가 많다. 부모 지갑을 훔치는 식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키즈 유튜버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을 거 같다.
송태민= 잘 되는 키즈 콘텐츠 유형이 있다. 아이가 다치고, 울고, 아프고, 물건이 깨지고 이런 류의 콘텐츠다. 특히 아이가 우는 콘텐츠는 대박이 난다는 게 일종의 공식이다. 물론 모든 키즈 콘텐츠가 이런 걸 노리지는 않는데 잘 되는 채널 중에 이런 콘텐츠를 부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이를 빼는 장면을 찍었는데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내보내는 일이 적절한지 고민이 들기도 했다.

▲ 루루체체TV의 캠페인 참여 콘텐츠 갈무리.
▲ 루루체체TV의 캠페인 참여 콘텐츠 갈무리.

-활동하면서 목격한 심각한 사례가 있나.
송태민= 일부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배드키즈’ 콘텐츠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가는 식의 아이들이 따라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한다. 언론에 조명되진 않았지만 자녀 악플 읽기 콘텐츠를 한 곳도 있다. 어떤 채널은 우연히 촬영 현장을 봤는데 부모가 화를 내면서 하더라. 아이가 욕을 하는 내용을 내보낸 채널도 있다. 의미도 모르고 하는 말인데 귀여워 보였는지 강조해서 편집했다. 이런 콘텐츠가 박제되면 위험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보호 관점에서 다른 키즈 콘텐츠와 차이점은?
송태민= 키즈 분야에서 ‘엄마 몰래’ 시리즈가 인기 있다. 엄마 몰래 라면 먹기, 엄마 몰래 치킨 시켜먹기 등의 콘셉트다. 라면을 끓일 때 아이들이 가스레인지를 켜는데 상황극을 하다가도 ‘불을 켤 때는 어른들과 함께 하라’는 대사를 하게 했다. 엄마 몰래 하되 아이들만 하지 않고 아빠와 함께 하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엄마 몰래 아빠와 밤 12시에 PC방 가기’를 하는 식이다. 

-악플 문제도 고민이 필요할 거 같다.
송태민= 또래보다 일찍 악플에 노출되니 대비가 필요하다. 욕설 댓글은 필터링을 해놨고 계속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처음에는 유튜브 키즈앱을 깔게 해서 댓글을 안 보이게 했는데 어차피 친구 스마트폰으로 보이더라. 그래서 댓글에 대해 알려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라이브 방송 때 아이가 ‘4가지 없네’라는 말을 그대로 읽었다. 이때를 계기로 아이에게 모르는 내용은 읽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가 함께 출연하니 아이를 대상으로 한 악플들이 사라진 측면도 있다. 키즈 콘텐츠는 아이가 혼자 하면 안 된다.

▲ 세이브더칠드런이 제작한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촬영 가이드라인'
▲ 세이브더칠드런이 제작한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촬영 가이드라인'

-루루체체TV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송태민= 구독자수가 보이니 계속 그것만 쳐다보게 되더라. 한때는 실시간 구독자 카운트를 매일 켜 놓고 있었다. 강박이 생긴 거 같아서 가렸는데 이후부터는 안정이 됐다. 1년 정도 구독자를 가렸는데 구독자 수가 거의 늘지 않았다. 독자들 심리가 숫자 카운트를 높이고 싶어하는 면이 있다. 타격은 있지만 마음 편한 게 낫다. 언젠가는 공개할 건데 좀 더 준비가 되면 하겠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송태민= 딸이 하자고 했다. 요즘 애들은 소꿉놀이 자체를 아이들끼리 인터넷 방송을 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제일 친한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올렸고 구독자가 3명이라고 자랑해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 

▲ 세이브더칠드런 가이드라인 웹툰 버전.
▲ 세이브더칠드런 가이드라인 웹툰 버전.

-키즈 유튜버를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나?
송태민= 강연을 다니면 아이가 원해서 오는 경우도 많지만 돈만 바라보고 오는 부모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최소 1년 동안은 돈 못 번다는 생각으로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초창기 때는 아이들이 원하는 걸 제작해야 한다. 정말 재미가 없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아이가 능동적으로 제작 프로세스에 익숙해지게 만들게 한 다음 부모가 기획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 바라는 점은?
장덕현= 캠페인을 정부가 이어갔으면 한다. 정부는 규제해야 한다는 발상을 먼저 하는데 유튜브는 민간영역이니 어떻게 하면 캠페인 등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확산할지 고민하면 좋겠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생활이 된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하고, 제작하고, 시청해야 할지 교육이 필요하고 점점 더 강화돼야 한다.

송태민= 자극적인 면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키즈 크리에이터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데 일부만 그렇다. 유튜브를 통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좋은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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