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돌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대검은 5년 전 자신들이 내놓은 부실수사의 원인을 밝히고 그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년 전부터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진상규명을 촉구한 유가족의 외침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다. 검찰은 합리적 의혹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수사는 부실함을 넘어 각종 의혹을 덮거나 책임자 면죄부 주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괴담취급하고, 홍가혜씨 같은 시민을 마녀사냥하는데 앞장섰다. 홍씨 수사는 이후 무죄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과 언론 모두의 마녀사냥 여론몰이였음이 밝혀졌다. 당시에도 실제 민간잠수사의 투입을 막았다는 사실이 여러차례 폭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관여 의혹, 수사축소 지시 의혹, 부실구조 책임자 축소 의혹 등 참사 책임규명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 뿐이 아니다.

대검 5년 전 세월호 침몰 원인은 “조타미숙 급변침” → 대법원 “무죄”

대검의 사고원인 조사결과의 경우 부실투성이로, 최악의 수사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검은 5년 전인 지난 2014년 10월6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설명자료(수사책임자:반부패부장 직무대리 윤갑근, 형사부장 조은석)에서 “세월호는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인해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하던 중,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발표했다. 대검은 기소 이후 제출된 검·경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의견과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및 서울대 선박해양성능고도화 연구사업단 실시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서도 수사결과와 동일한 과정에 의한 침몰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배가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직접적인 이유가 모두 조타수의 조타미숙에 의한 급변침 탓이었다는 분석이다. 3등항해사 박한결씨와 조타수 조준기씨는 ‘조타미숙과 지휘감독 잘못’ 등 업무상과실에 의한 선박매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검찰 기소 1년 만인 이듬해(2015년) 11월12일 대법원은 박씨와 조씨의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판결했다. 이미 항소심(광주고법)부터 1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이상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준기 조타수가 박한결 3등항해사의 지시에 따라 정상적으로 변침을 시도하던 중 자신이 사용한 조타기의 타각보다 더 많은 각도의 타효가 발생하여 세월호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조타유압장치에 설치돼 있는 ‘솔레노이드 밸브(Solenoid Valve)’ 안에 오일 찌꺼기(슬러지)가 끼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레노이드밸브란 ‘전기신호의 변화에 따라 밸브를 열고 닫아 유량을 조절하는 밸브’를 뜻한다. 재판부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현상으로 타가 우현 최대 타각 위치까지 비정상 작동 가능성 △프로펠러 미작동시 우선회 가능성 등 조타기와 프로펠러 같은 내부결함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조타미숙이라는 검찰의 판단은 진실이 아니라는 최종 판단이다. 그러면 검찰은 그 즉시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재수사(특별수사단 설치)에 나선 것은 4년 뒤였다.

그나마 대검은 조타미숙으로 급변침했다면서 왜 급변침을 했는지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7일 오후 목포 신항 부두에 세월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목포 신항 부두에 세월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특히 검찰은 5년 전 수사결과 발표에서 각종 의혹을 모두 사실무근으로 묵살해버렸다. 대검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하여 그 동안 제기되었던 다른 선박이나 암초 등과의 충돌설, 좌초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 국정원 개입설 등은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돌설의 경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준·선조위)가 내놓은 최종 결론에 의하면 여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설이다. 선조위가 지난해 8월6일 발표한 조사결과인 두가지 가설(내인설과 열린안) 가운데 하나인 ‘열린안’을 보면, 위원 3인은 “외력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의견이 갈렸지만, 외력의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데 일치된 의견을 봤다”고 밝혔다.

대검 5년전 CCTV 조작 의혹 사실무근 → 사참위 CCTV 증거인멸 수사요청

또한 대검은 세월호 CCTV 조작 의혹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냈다. 대검은 5년 전 수사결과 발표에서 2014년 8월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세월호 DVR에 저장된 CCTV 영상을 재생해보니 세월호 CCTV 영상은 참사당일인 4월16일 08:30:59에 꺼지는데 반해 CCTV를 제어하는 DVR이 08:33:38까지 작동했음을 알 수 있는 로그파일(‘20140416.alg’파일)이 발견되는데, 3분 차이가 나는 것은 CCTV가 조작되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했다. 대검은 “대검 분석결과와 전문가 감정 결과에 의하면, DVR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되면서 영상파일이 생성되지 않았거나, 생성된 영상파일이 손상되어 복구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달리 CCTV가 조작되었거나 누군가 고의로 종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CCTV 영상 종료 시각이 세월호 사고 발생시각(08:48경) 보다 18분가량 빠른 것이 ‘누군가 사고발생 전에 고의로 CCTV 작동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검은 “세월호 CCTV 영상의 세월호 인천항 출항 시각이 4월15일 20:42:10인 반면, 인천항 CCTV에 표시된 인천항 출항 시각은 4월15일 20:59:42로 확인된다”며 “세월호 CCTV 영상에 표시된 시각이 실제 시각보다 18분가량 빠를 뿐 고의로 작동을 정지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대검의 주장은 5년 만인 지난 3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참위는 지난 3월28일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해군 수거 DVR과 세월호의 실제 DVR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참위는 해군이 2014년 6월22일 수거했다는 DVR과 검찰이 확보한 세월호 DVR(현재 사참위가 해경으로부터 확보해 보유중)의 각각 잠금 상태와 손잡이의 패킹이 서로 다르다는 의심을 낳는 사진을 제시했다.

사참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23일 해군 및 해양경찰청 등의 ‘세월호 DVR’ 수거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이튿날(4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DVR 수거 관련 수사요청서’를 전달했다.

사참위는 “해군 및 해양경찰청 등 관련자들이 CCTV 영상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세월호 DVR’이 사고 조사 및 선원 등에 대한 범죄수사에 중요한 증거임에도 수거 과정을 은폐하는 등 증거인멸(형법 제155조),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7조) 등 혐의의 개연성이 있다”며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사건을 접수받은 검찰은 6개월이 지나고나서야 재수사에 나섰다. 치밀하고 철저하게 조사해도 모자란 참사 사건을 성급하게 마무리짓고 합리적으로 제기된 의혹은 모두 괴담 유언비어로 폄훼했다가 다시 의혹이 되살아난 상황에 직면했다.

세월호 특조위에 관여한 한 인사는 지난 검찰 수사가 “시간에 쫓긴 구색맞추기였고, 책임자들에 면죄부주기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실수사에 반성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3월28일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CCTV DVR 영상이 해군과 검찰이 확보한 것이 각각 다르다고 발표했다. 사진=사참위 보도자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3월28일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CCTV DVR 영상이 해군과 검찰이 확보한 것이 각각 다르다고 발표했다. 사진=사참위 보도자료

“부실수사 반성부터 해야”

박병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진상규명국장은 7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같은 검찰의 부실 수사를 두고 “검찰이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특별수사단을 꾸렸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전 소통이 있는 상태에서 발표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검찰의 과거 수사의 문제점을 두고 “우리도 조심스럽다”면서 “특수단 설치를 원칙적으로 환영하며, (과거 수사의 문제점이나 한계는)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싶고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방향성을 두고 박 국장은 “법령에 의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수사요청해놓은 DVR 바꿔치기 의혹과 청해진 해운 불법대출 의혹, 곧 수사요청에 들어갈 세월호 초기발견 희생자 구조 방기 사건 등이 있다”며 “침몰원인의 경우 수사차원에서는 아마도 후순위로 밀려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장완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장도 이날 통화에서 “특별수사단이 갑자기 설치한다고 한 것이어서 우리도 현재 준비해나가야 할 단계”라며 “수사단 구성면 우리의 조사와 검찰 수사 간의 협의가 시작될테고, 우리가 수사요청해놓은 것도 있으니 검찰이 진실규명에 의욕을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장 위원장은 “앞으로 조사와 수사가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위원회 할 일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검은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세월호와 관련하여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의혹들이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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