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의 ‘후기 게시판’은 성매매 업소나 여성에 대한 경험담을 통해 성구매자를 적극 유인한다. 사이트 관리자는 성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지급 제도 등을 통해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성구매자를 확보한다. 지난 7월 전국 2600여개 성매매 업소와 연결된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 ‘밤의 전쟁’이 폐쇄됐지만, 여전히 40여곳의 성매매 사이트가 성행 중으로 나타났다.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온라인 성매매의 사각제도 해소 요구가 거세지만, 20대 국회의 무관심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 사이트 성매매 문제와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성매매 형태가 다변화·지능화됨에 따라 IT기술 및 인터넷을 활용한 성매매에 범국가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재 성매매 조장 사이트 규제와 관련한 국내·외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라며 “현재 성매매처벌법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모든 성매매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별도 제재규정을 위한 기초 작업이 필요하다. 세부적으로는 성매매 조장 사이트 관리 및 운영행위와 후기 게시판의 글 작성행위에 대한 형사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여성가족부,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 공동 주최했다.

성매매 사이트는 기존 오프라인 성매매와 달리 성구매가자 신원이 드러나지 않고 알선업자가 단속을 피하기 쉽다. 성매매업소와 연결되지 않은 소위 ‘오피스텔 성매매’의 경우 성구매자 신원확인을 통해 함정수사를 피해가기도 한다. 후기게시판·음란물유포·쿠폰지급 등 사이트 활성화 위한 조치를 강구하며 성매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실상 ‘성매매 포털’ 기능을 겸한다. 성매매여성이 중간관리자나 다른 성매매여성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어지면서 업주 측 통제에 대한 성매매여성의 대응력은 약화된다.

▲ 8일 여성가족부,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인터넷 사이트 성매매 문제와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은 토론회 방청자들로 가득 찼다. 사진=노지민 기자
▲ 8일 여성가족부,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인터넷 사이트 성매매 문제와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은 토론회 방청자들로 가득 찼다. 사진=노지민 기자

특히 성매매 사이트에서의 후기 작성행위는 ‘처벌 사각지대’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후기 작성행위는 다른 성구매자로 하여금 성매매로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데 우선 후기 작성행위가 허위일 경우에는 기망의 방법으로 유인하는 것이며, 진실일 경우에는 유혹의 방법으로 유인하는 것”이라며 “또한 성매매 업소명을 실제 거론하며 해당 업소에 근무하는 성매매여성과 만남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행위는 성매매 광고 방조에 해당한다. 특히 이 같은 후기 내용은 실제 성매매알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정황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밤의 전쟁’ 사건에서 경찰청은 후기 작성자에 해당하는 성구매자에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후기 작성자 수사 결과를 반드시 언론보도 방식으로 공론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안으로는 윤상직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매매처벌법 개정안이 있다. 성매매 관련 광고를 게재한 사람, 성매매알선 등을 목적으로 게시판을 관리·운영하는 자를 형사처벌 대상에 추가하는 게 골자다. 박 교수는 그러나 “후기 작성행위에 대해 구성요건을 두지만 별도 처벌규정은 두지 않고 후기를 관리·운영하는 자만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이 (개정안) 특색이다. 이러한 후기 작성행위 자체의 가벌성도 인정할 필요성이 있기에 독립적인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성매매광고행위 처벌규정에는 현행규정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기에 개정안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성매매 양상은 진화하고 있지만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매매처벌법은 지난 2011년 개정된 뒤 1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성매매신고 대상범죄군 확대와 관련한 개정안들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3건, 19대 국회에서 1건 논의됐으나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박찬걸 교수는 “20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실질적으로 성매매처벌법과 관련해 발의된 개정안이 총 4건에 불과한 실정은 입법부의 성매매 정책에 대한 무관심과 방임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