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토론회를 열고 IT 노동자 대상 설문 및 심층 인터뷰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는 한국노총이 IT 노동자 1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살인적 노동 시간이 논란이 된 IT업계에서 52시간제 도입 이후 평균 노동시간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다. 응답자 가운데 80.4%는 근무시간이 하루 8~10시간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야근시간이 5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52.9%였다.

▲ IT분야 노동자들은 52시간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 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IT분야 노동자들은 52시간제 도입 이후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 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imagesbank

그러나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 면도 있다. ‘점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 가량인 46.4%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휴게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응답자 74.2%는 여전히 업무량이 많고 높은 수준의 요구에 쫓기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61.8%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고 했다. 업무 피로도도 높았다. 퇴근 때 번아웃을 경험한 경우가 47.8%로 나타났다. 과거보다 피로도가 늘었다는 응답은 39.7%다. 

이 같은 문제는 심층 인터뷰 결과에도 나타난다. 한국노총은 “대부분 중간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 원인은 고객과의 관계, 성장기회, 보상, 과다한 업무량 순서로 사유를 들었다”며 “실제 스트레스로 인해 대부분이 만성피로나 우울증 등의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 이번 조사로 직장 괴롭힘 실태도 드러났다.
▲ 이번 조사로 직장 괴롭힘 실태도 드러났다.  ⓒgettyimagesbank

박연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주52시간 시행으로 사측의 업무효율화 극대화에 따른 업무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장 내 괴롭힘도 적지 않았다. 조사 결과 19.4%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13.6%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

심층면접 과정에서 ‘소스 공개’가 괴롭힘의 한 유형으로 제시됐다.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 평가받는 방식인데 인신공격이나 모욕적인 표현도 오간다. 심층 인터뷰 참가자에 따르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능력없는 개발자’로 낙인 찍혀 이직이나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장시간 노동, 과로사와 과로자살,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하도급의 문제, 위디스크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등 언론이나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IT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참담하다”며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힘 쓸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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