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임신하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 이제 방송생활 끝이구나. 프리랜서에게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주진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제로도 그렇고. 그래서 뭐 임신하면 그냥 내 경력은 끝. 직종 특성이죠.” (프리랜서 방송콘텐츠 제작 종사자 N씨)

서울시 서북권은 여성 미디어노동자가 몰린 지역이다. 마포구를 중심으로 방송사와 출판사가 집중 분포했다. 둘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직종이다. 서북권(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에서 정보통신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가운데 여성은 28%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에선 50%에 달한다.

이 일대 미디어업계 직장맘들이 임신·출산·육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모성보호제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탓에, 프리랜서 작가와 PD, 방송인, 콘텐츠 제작자 등 미디어산업 전반에 퍼진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가닿지 않는다. 이들의 임신과 출산은 곧 경력 단절이다.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정규직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정규직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프리랜서(특수고용)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프리랜서(특수고용)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근로기준법은 임신기간 노동시간 단축, 출산전후 휴가 등 임신·출산·육아 지원제도를 명시했다. 회사는 임신 4~9달인 여성 노동자가 원하면 하루 2시간 노동시간을 유급으로 단축해야 한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 출산 앞뒤로 90일 유급휴가 부여 의무도 진다.

7일 서울서북권직장맘센터에 따르면 마포·서대문·은평 권역 방송사와 출판사 등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직장맘은 이들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조사한 141명의 유자녀 여성 가운데 정규직은 77.1%가 출산전후휴가를 이용했고, 22.9%가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73.3%가 출산전후 휴가를 이용하지 못했고,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도 83.7%가 이용하지 못했다.

영유아양육법은 여성노동자 300명 이상 혹은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이 의무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했지만, 프리랜서와 파견용역노동자는 이용 자격이 없다. 해당 법이 ‘상시근로자’만 지원을 원칙으로 해서다. 정규직 직장맘 가운데 16.9%가 직장 보육시설을 이용했다고 답한 반면, 프리랜서는 6.7%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등 제도에서도 프리랜서와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광범위하게 배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휴직은 곧 실직이다. 서북권역 방송사 프리랜서 작가 G씨는 센터의 면접조사에서 “정규직 사이에선 본인이 쓰고 싶은 한 출산지원을 쓸 수 있고, 압박도 전혀 없다.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경우 일단 작가들은 고용형태가 아니라, PD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아이 낳고 돌아오고 싶어도 올 곳이 없다”고 말했다.

리포터 O씨는 “‘너 출산하러 들어가? 그러면 그 자리에 다른 리포터를 앉힐게. 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 할 수 있는 보장은 없어’, 이런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계약직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계약직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파견·용역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서울 서북권 미디어산업 파견·용역 ‘직장맘’의 출산·육아 지원제도 활용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들은 모성권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제도로 유급 출산(결혼) 휴가와 함께 ‘출산(결혼·육아)시 팀에서 해고되지 않도록 하는 보장하는 규정’을 꼽았다.

모성보호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지원 초점을 사업장 중심에서 개인별 맞춤형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를 진행한 송용한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위원은 미디어오늘에 “현재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지단체가 기업을 통해 노동자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한다. 특수고용이나 파견용역 등은 여기서 배제되는데, 이같은 노동형태가 제작 전반에 펴진 방송계는 그 심각성이 더하다”며 “직장맘센터와 같은 지역을 통해 개별 맞춤형 지원을 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기획국장은 “정규직 등 특정 고용관계와 사건에 초점을 두지 말고, 각 개인의 노동주기와 고용차별 문제로 의제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