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계종의 비리를 고발한 MBC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2018년 5월1일 방송) 제작진을 지난달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가운데, 한국PD연합회는 8일 ‘검찰은 PD수첩을 기소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리 의혹의 당사자이자 취재진을 고발한 현응스님과, 제작진에 '기소 의견'을 낸 경찰을 비판했다. 이어 검찰에게도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 해 5월1일 방송된 ‘PD수첩’- ‘큰 스님께 묻습니다’편은 조계종 총무원장의 비리를 고발하면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현 해인사 주지)의 성추행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현응스님은 제작진과 관계자들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고발 이후 1년 5개월간 조사 뒤 제작진과 관계자들이 검찰로 송치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응스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2명의 신도 인터뷰 △현응스님이 2004년 10월부터 2008년까지 사용한 해인사 법인카드 내역 161건 8200만원 △이 정황을 뒷받침하는 복수의 유흥업소 대표 인터뷰 등을 담았다.

▲지난해 5월1일 방영된 MBC ‘PD수첩 - 큰스님께 묻습니다’ 영상 캡처.
▲지난해 5월1일 방영된 MBC ‘PD수첩 - 큰스님께 묻습니다’ 영상 캡처.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종로경찰서는 MBC ‘PD수첩’의 강효임 PD와 정재홍 작가, 제보자 김모씨, 불교닷컴 대표 이모씨 등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며 “‘PD수첩’이 조계종 내의 해묵은 비리를 고발하고 시정을 촉구한 것은 언론의 공적 책임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한국PD연합회는 “양심적인 종교 지도자라면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신도들 앞에 사죄하고 참회해야 마땅하다”라며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현응스님이 ‘PD수첩’ 취재진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적반하장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응스님은 강효임 PD 등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즉각 취하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는 경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담당 경찰은 강 PD가 인터뷰 도중 유흥주점 사장에게 음료를 권한 게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몰아가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며 “경찰의 강압적이고 반인권적 수사태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변호인이 수사 도중 두 차례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까. 종교계 비리를 고발한 PD를 피의자 취급하는 것은 정작 잡아야 할 도둑은 내버려 둔 채 ‘도둑이야’라고 외친 사람을 겁박하는 본말전도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PD연합회는 “검찰은 강효임 PD와 정재홍 작가 등을 기소하면 안 된다”라며 “공익과 알 권리를 위한 언론 보도가 무죄라는 점은 이미 수많은 판례가 입증하고 있다. 검찰이 이런 상식을 무시한 채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다면 기소권 남용이자,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해 ‘PD수첩’의 해당 회차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PD수첩’은 총무원장이나 소속 고위 승려들의 비위행위에 관한 의혹 제기를 통해 종단의 투명성·도덕성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일 뿐 종단 비방을 위해 프로그램을 방송하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PD수첩’의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해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수여하는 2회 만해언론상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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