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갈라진 세상

질문 하나를 해보자.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김천 톨게이트를 나서면 좌측에 우뚝 솟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리고 2019년 11월 오늘, 그 벽면에는 이런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너무 힘들어요! 동료가 될 우리! 농성은 이제 그만!” 이 현수막은 누가 부착한 것일까?

당연히 회사인 한국도로공사에서 부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내건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2019년 8월29일 선고-2017다219072 판결)을 근거로 동일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국 1500명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도 한국도로공사로 직접고용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하고 있는 요금 수납원들의 농성투쟁이 불편하다며 투쟁을 멈추라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이 구조조정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것은 당연시되었다. 사업장 내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섞여서 일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노동조건과 임금수준의 격차를 점점 벌려놓으며 사회 양극화가 마치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도록 만들어 놓았다. 정규직 노동자의 밥그릇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마치 오늘날 한국사회 노동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말이다. 언론 자본들은 이 점을 이용해 민주노총 조합원 90%가 정규직 노동자인 ‘철밥통’이고, 이들이 자신들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해마다 임금투쟁만 한다고 선전해댔고, 그래서 오늘날 청년들은 오히려 민주노총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파업출정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같은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이 가입돼 있는 민주유플러스노조가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당연한 얘기일 수는 있으나, 사회자도 같은 사업장의 정규직노조 위원장이라 소개했고, 단상에 오르니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졌다. 비정규직 출신 노동자 투쟁에 정규직노조 위원장이 연대 발언하면 그것만으로도 볼거리인 세상이 돼 버렸다.

2003년 10월26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용석 노동자가 분신하였다. 이용석 열사는 그 해 4월에 설립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의 광주전남지부장을 맡은 새내기 노조 간부였고 노조 경험도 짧은 노동자였다. 평소 사비를 털어 야학을 하며 사회의 아픈 곳을 직접 어루만지던 청년 이용석은 결혼할 약혼녀가 있음에도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하신 것일까? 그것은 비정규직 차별, 인간 차별에 저항이었고, 항거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오늘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서로 갈등과 반목의 대상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 600여명은 10월28일 사업장 내 임금 격차 축소를 요구하며 하루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 600여명은 10월28일 사업장 내 임금 격차 축소를 요구하며 하루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삼 한마음지부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조합원들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삼 한마음지부 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자는 하나다 : 민주유플러스노조가 함께 투쟁하는 이유

이번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조합원들 투쟁에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이 연대하고, 함께 투쟁을 결의한 것은 바로 이러한 갈등을 깨기 위함이다. 고용형태를 넘어 함께 투쟁하고, 함께 승리한다는 민주노조의 정신을 이어 받아 실천하고, 노동자는 하나임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민주유플러스노조. 우리는 LG유플러스라는 하나의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가입된 노조들이다. 민주유플러스노조는 데이콤 시절부터 이어져 온 노동조합으로 기존 LG유플러스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고,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는 지난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LG유플러스가 전격 직접고용한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두 노조는 소속은 서로 다르지만 회사 내 차별 축소를 위해 임단협을 함께 준비해 왔다. 비록 지금은 민주유플러스노조가 임단협 교섭 기간 중 집행부 선거로 인해 교섭이 2개월 간 지연되면서 쟁의권을 얻지 못해 함께 파업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차별을 축소해 노동자들이 평등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일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일방으로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 구조를 개선하려고 함께 싸워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고 목표 아닐까? 그렇다면 노조는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은 자본을 상대로 다 같이 목소리를 내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길에 함께 해야 한다. 노동자도 자본을 향해 한 목소리로 ‘차별철폐’, ‘평등세상’을 외치며 떼창을 부를 때, 비로소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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