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정연우)가 지난달 31일 당산동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5차 정례회의를 열어 1219호~1223호에 실린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회의에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팀장,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이정호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이재진 미디어오늘 미디어부장, 안혜나 미디어오늘 편집기자가 참석했다. (이하 명칭 생략)

김동원 : ‘언론은 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기사는 미디어오늘만이 쓸 수 있는 기사다. 어떤 사실을 해석하고 프레임화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팩트가 쏟아졌기 때문에 의혹과 사실 그대로 따라간다는 건 무리다. 조국 전 장관 보도와 관련해 처음으로 국민에 사과한다는 언론노조에 성명에 대한 비판보다는 언론노조 역할에 대한 전문가 자문이라던가 방향을 제시하는 게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언론노조와 시민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생각한다.

김혜진 : 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보도는 미디어오늘에서 다룰 내용이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전문가 좌담회나 기고를 기획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정호 : 시민사회가 조국 보도와 관련한 백서나 이런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0년 간 이렇게 미디어와 관련해서 장기간 내홍 겪은 사례가 없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서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김동찬 : 더 이상 독자들이 언론의 관행을 수용하지 않고,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해주길 바라는 게 높은 것이다. 반성을 해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토론하는 분위기로 가야 생산적인 토론이 된다.

▲ 지난 10월31일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독자권익위원회 5차 정례회의가 열렸다. 사진=안혜나 기자
▲ 지난 10월31일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독자권익위원회 5차 정례회의가 열렸다. 사진=안혜나 기자

이하영 : 옛날에는 믿을 만한 언론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진영으로 나눠져 있어서 양쪽 다 믿음이 안간다. 언론이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는가 의심이 가는 국면이다. 보수적 관점에선 TV조선이 진보 진영에선 JTBC를 보다가 엠비씨로 몰리고 있는데 언론들이 휘둘리지 않고 보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김혜진 : 해설 기사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취재 과정에서의 비전문성 문제, 언론 자체를 도구주의화 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문제, 출입처 제도, 유튜브 경쟁 구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뽑아서 던진 것은 의미 있는데 하나하나 큰 주제다. 조국 문제를 둘러싸고 언론계에 던진 질문과 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 건지 고민해야 한다.

김동원 : 기본적으로 더 이상 팩트 많이 전달하는 게 경쟁이 될 수 없다. 이번에 조국 전 장관 많은 팩트 쏟아지는데 어떤 팩트가 아니라 특정 인물 발언들이 대부분이다. 발언이 사실인지 체크해야 하는데 특정 의미 발언을 교차 검증하지 않고 내보내는 게 많았다. 해설 주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이봉우 :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미디어오늘 보도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한 갈래는 한겨레 보도가 틀렸다라는 주장의 모음이고, 다른 한갈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총장이 한겨레를 고소하는 것은 잘못됐다라는 건데 한겨레가 이렇게 주장했고 틀렸다라는 말이 있다라고 해버리면 독자들 보기엔 윤석열 총장이 좋으면 한겨레가 틀렸다가 확증 편향되된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어떤 점에서 모자랐다. 맥락과 인과 구성을 따져보는게 좀 더 나은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동찬 : 10월11일자 <한겨레 “윤석열도 별장 접대” 보도 역풍> 기사는 위험한 보도라고 생각했다. 미디어오늘이 취해야할 방식인지 문제의식이 있다. 한겨레 보도가 오전에 나오고 그날 오후 4시 쯤 한겨레 보도가 틀렸다고 방향을 잡았다. 사안을 충분히 검증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직접 취재한 결과가 아니라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내용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 언론의 보도를 감시하고 검증하는 게 미디어오늘의 역할인데, 기자들의 주장에 기대어 특정 보도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볼 문제다.  

김혜진 : KBS 기자들 반응을 보면 일관되게 억울함으로 읽힌다. 기자들 목소리를 담고 있긴 하지만 기자들이 왜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기자들이 실제 억울하게 느낀 측면이 무엇인지 드러나면 좋겠다. 

김동찬 : 독자들과 기자들 간극이 멀어지고 있는데 중재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나영정 : 언론 보도의 상황을 전하는 역할에 머무를 때가 있다. 그런데 이제 공방을 그대로 보여주긴 보다 해석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설리씨 보도도 마찬가지다.

김혜진 : 설리 죽음 마저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언론이 탈코르셋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는지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봉우 : 법조 출입기자단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있다. 언론 관행의 문제 시리즈 기사로 가면 좋을 것 같다. 

김동원 : 프로그램을 수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작가 해고 사태가 벌어진다. 작가가 프로그램별로 움직이는 게 맞느냐, 계약 기간 정하지 못한 채용 문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똑같은 문제 반복된다. 어떤 시스템 필요한가? 미디어오늘이 보도한다면 어떤식으로 한발짝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