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과정에 ‘복병’이 나타났다. CJ헬로가 알뜰폰 상품 서비스를 위해 KT와 SK텔레콤의 인터넷망을 쓰고 있는데 이를 위해 2015년 KT와 체결한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에 관한 협정서’에 적힌 “인수나 합병 등을 추진할 때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내용의 제34조 2항 문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CJ헬로는 해당 조항이 경영권을 침해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견 진술을 위해 출석한 CJ헬로측은 “사전동의는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다. 도매제공과 관련된 내용도 아니다. 영업비밀 넘어간다는 주장도 기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조항이 M&A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함께 출석한 KT측은 “사전동의 조항은 여러 일반 계약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규정”이라며 “경영권 침해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CJ헬로와 KT 로고.
▲CJ헬로와 KT 로고.

KT측은 “M&A와 같은 행위는 사업 주체가 바뀌고 도매제공서비스가 통째로 양도되는 것이어서 사전동의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상대 사업자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마음대로 인수합병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KT측은 그러면서도 “사전동의가 없으면 M&A를 하지말라는 취지는 아니”라면서 “KT의 이익과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사전 합의가 이뤄진 다음 M&A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T측은 “2015년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논의 때도 M&A가 불가능하다고 요구한 적은 없다”면서도 “M&A가 사전동의 없이 이뤄지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경쟁사를 중심으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후 도매공급자를 LG유플러스로 전환하고, LG유플러스가 도매시장에서 경쟁사 판매선을 봉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공정거래위원회는 KT망을 사용하는 CJ헬로 알뜰폰 가입자를 인수 후 LG유플러스로 전환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CJ헬로측은 “우리는 인위적으로 어떤 쪽을 선택하라고 제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며 “2015년 말부터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수정이 안 되면서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처음부터)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KT측은 “(인수 이후) KT 가입자들을 인위적으로 LG유플러스 가입자로 넘기는 작업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며 “KT 가입자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CJ헬로 측이 안을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사의 갈등에 대해 방통위원들은 당사자 조정을 주문했다. 허욱 방통위원은 “KT의 우려가 타당하다”면서도 “KT도 다른 케이블SO사업자와 인수합병 하면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삼석 방통위원은 “방통위가 입장을 내기 전에 당사자들끼리 최대한 협의하고 원만하게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당사자 간 협의를 더 진행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해당 안건의 의결을 보류했다. 

방통위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협정서 제34조 2항의 법적 효력과 관련해 상대방의 동의를 영업양도 등의 효력요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전 서면동의’ 내용이 일방에게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주요 쟁점을 검토해 차기 회의 때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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