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주요 일간지들은 미국에서 온 두 사람에 주목했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시한과 3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앞두고 한 사람은 공식 일정으로, 다른 한 사람은 같은 날 비공식 방한하면서 언론은 두 사람의 방한 목적에 집중했다.

공식 일정으로 방문한 사람은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다. 언론들은 스틸웰 차관보가 5일 저녁 입국해 한국 정부에 이달 23일 종료되는 지소미아 복원 압박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관측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을 만나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우리는 한국 쪽에 지소미아 협정에 돌아오라고 독려할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공식 일정으로 5일 방한한 사람은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미국 수석대표다. 그는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소속 안보 협상 선임보좌관이다. 언론들은 드하트 수석대표의 방한을 이례적이라고 봤다. 곧 열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 3차 회의와 별개로 방한해서다. SMA 협상 2차 회의는 지난달 24일 하와이에서 열렸고, 3차 회의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드하트 대표는 국회나 언론계 인사들과 만나 한국 여론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 언론은 주로 이 두 사람의 방한에 주목하면서도 미국에서 온 또 다른 한 사람의 행보도 언급했다. 5일 방한한 세 번째 인물은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다. 크라크 차관은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4차 회의에 참석한다.

예고 없이 깜작 방문, 드하트 방위비 협상 대표

▲ 6일 조선일보 1면
▲ 6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들의 방한을 1면에서 다뤘다. 특히 “예고 없이 들이닥친 방위비 협상 대표”라며 드하트의 비공식 방문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드하트 대표의 갑작스런 방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썼다. 외교부 소식통 말을 빌려 드하트 대표의 방한을 “한국 측과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급하게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외교가에서 한국이 방위비 협상 속도를 늦추며 타결을 내년으로 넘기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드하트 대표를 급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도 썼다. 조선일보는 8면에서 미 국무부에서 한국 업무를 다루는 주요 당국자들이 동시 방한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지소미아 복원 인도·태평양 전략과 화웨이 퇴출을 비롯한 중국 견제 정책 참여 권유 등 세 가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한겨레도 드하트 대표와 스틸웰 차관보의 인천공항 입국 장면을 1면 사진으로 싣고, 5미 외교책임자들 동시 방한···방위비·지소미아 압박 예고기사에서 드하트 대표 방한을 이례적인 깜짝 방한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드하트 대표의 깜짝 방한을 미국이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1389억원의 거의 6배에 이르는 50억 달러(6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여론의 반감이 커진 가운데, 직접 한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한국 정부가 스틸웰 차관보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미국에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특히 스틸웰 차관보 등의 지소미아 복귀 발언 등을 놓고는 우리 외교부 당국자가 일본 언론 등을 통해 나온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조금 강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최근 한국 내에서 보수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 동맹 위기설을 주장하며 방위비 대폭 인상이나 지소미아 연장 미국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관해 반박 목소리도 실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미국은 당국자, 전문가들이 방위비나 지소미아 관련한 한국 내 여론을 이용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치권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6일 한겨레 1면 사진
▲ 6일 한겨레 1면 사진

미국의 지소미아를 대하는 복잡한 함수 관계

동아일보는 1면에 지소미아 문제와 관련해 다른 방식으로 연결 짓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서훈, 지난 주말 극비 방미···한미일 정보기관 회동기사에서 서훈 국정원장의 행보와 스틸웰 차관보 방한에 연결 지었다. 서훈 국정원장이 미국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국 일본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과 지소미아 등 한미일 핵심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 동아일보는 이 자리에서 23일 종료되는 지소미아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한미일 간 막판 협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 후 정보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서 원장의 워싱턴 회동 결과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대화를 제안했고 서 원장도 이어 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6일 동아일보 1면
▲ 6일 동아일보 1면

한국일보는 스틸웰 차관보의 다른 역할에 더 주목했다. ‘중국 견제용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동참시키려는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한 것으로 봤다. 이미 미 국무부는 스틸웰 차관보 방한이 한미동맹 강화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 신남방정책 간 협력 등이 논의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6일 서울에서 열리는 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도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간 연계가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 듯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안보책임자 2인 동시 방한···지소미아 연장·방위비 인상 압박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신문은 스틸웰 차관보의 이력을 소개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하고, 일본어도 구사하는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히지만, 1995~1998년 주일미군 미시와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2010년 미시와시 1일 명예시장으로 임명되는 등 일본과 인연이 깊어 자칫 일본의 시각에 경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 6일 서울신문 4면
▲ 6일 서울신문 4면

중앙일보는 미국은 압박하고 일본은 느긋··· 지소미아 외통수 몰린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소미아의 복잡한 함수를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미국은 지소미아를 대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서 보는 만큼 한국이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경우 미국이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말지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봤다.

또 중앙일보는 스틸웰 차관보와 크라크 경제차관이 참석하는 4차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두고 미 국무부가 낸 보도자료를 언급했다. 미국은 이 보도자료에 우리 외교부 자료엔 없는 5G 문제를 넣고 양국은 세계에서 5G 등 디지털 이코노미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5G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와 직결된 예민한 사안이라며 미국이 한국의 화웨이 기술 도입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뇌관처럼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 6일 중앙일보 3면
▲ 6일 중앙일보 3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